‘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 세월은 흘러가도 /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1980년 12월 백기완이 서대문구치소에서 쓴 시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묏비나리’의 일부를 발췌하여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짓고,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2월20일 정오 광주 망월동 묘역에서 극단 ‘광대’ 출신들이 죽은 사람의 원한을 풀어 주는 음악극 ‘넋풀이 굿’에서 마지막 노래로 소개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고인이 되어 저승으로 떠나는 ‘두 남녀’가 ‘산 자’에게 남기는 마지막 노래이다. 비극적 죽음과 절망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비장한 의지와 결의를 표현했다.

윤상원·박기순 영혼결혼식서 불려져

 윤상원은 들불야학 교사로 활동했고 전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주택은행에 취업하여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중에 5·18 광주항쟁에 참여했다. 윤상원은 ‘투사회보’ 발행인과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5월27일 계엄군의 총탄에 맞고 희생됐다. 박기순은 전남대학교 국사교육학과 재학 중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과 관련되어 무기정학을 당했다. 박기순은 전남대학교에서 강제 제적되자 전남방직에 노동자로 취업하여 들불야학에서 강사로 활동하다가 1979년 12월25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넋풀이 굿’은 노동자 박기순과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만든 음악극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으나 구전으로 전국으로 전파되었다. 지금은 표준어 개정안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불려지고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3년부터 30여 년 동안 5·18 기념식에서 제창됐고 1997년부터 2008년까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은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어 5·18 기념식에서 제창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9년 5·18 기념식에서는 식전행사에서 제창됐다. 2010년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연주하려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를 연주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이 아닌 합창으로 불려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제창 못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2일 37주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지시하여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제창(齊唱)은 모든 사람이 다함께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고 합창(合唱)은 합창단이 부를 때 따라 부르고 싶은 사람만 함께 부르는 것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2018년 5월18일 38주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시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행진하지 못하고 정지됐다. 이제 광주시민의 제2의 애국가이자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계속 제창되기를 기원한다.
서일환<상무힐링재활병원 행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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