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근심, 걱정을 드리지 않으면서 잘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자신은 혼자 잘 컸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이는 사랑스러운 만큼,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만큼 걱정이 많아집니다. 어린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도 마냥 예쁘게만 보이는 어린 아이를 안고 “아이가 너무 말을 안들어요”라고 말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은 더 힘들어 하면서 “우리 아이는 사춘기라 너무 힘들어요!”라고 호소합니다. 정말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 말을 안듣고, 사춘기 자녀는 부모님을 괴롭히는 요란한 사춘기를 지내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우리의 어린 시절과 지금 자녀의 차이는 하루 일과를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장아장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가 이른 아침 어린이집에 가고, 조금 자라면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지내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린 시절로 돌아가라면 저는 손사래를 치고 빨리 뛰어 멀리 도망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려서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웃집 친구들이랑 참 재미있는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는 골목마다 아이들의 숨바꼭질, 사방치기, 고무줄하는 노래 소리가 하루 종일 울려 퍼졌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 정문은 학생들로 거리가 가득 메워졌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는 학교 앞 분식점에서 친구와 떡볶이를 먹고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학기에 한 번 치루는 중간고사와 방학을 앞두고 치루는 기말고사를 치루고 부모님께서는 “숙제는 다 했니?”라고만 물으셨고 숙제만 마치면 마냥 자유롭게 놀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려서 부모님의 말을 잘 듣고 사춘기가 되어서도 ‘분노폭발’이라는 용어를 모르고 지나갔던 이유는 뇌 발달이 많이 이루어져서 정서적으로 안정된 이후에 단체활동과 학업 스트레스, 입시에 대한 부담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어린 아이들마저도 기저귀를 뗀 이후에는 부모 품을 벗어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긴 시간을 보내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학업경쟁을 위해 영어·수학 등 각종 학원과 학습지를 시작합니다. 가정은 더 이상 쉼터가 아니고 부모님은 아이가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매니저나 학습 관리교사처럼 자녀의 학습에만 관심을 갖고 성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자녀의 성공을 바란다면 아이의 발달에 적합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사람의 두뇌는 휴식과 경험을 학습과 함께 했을 때에만 신경망을 확장하고 탄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춘기까지는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동안 신경회로가 연결되고 긍정적 사고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성인이 되었을 때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력, 충동자제력,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자신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자존감이 발달될 수 있습니다. 일상이 즐거우면 자녀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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