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께 어떤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서슴지 않고 ‘공부 잘 하는 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녀에 대한 요구 사항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자녀 친구가 많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하나 더 공부해야하는 과목이 생겼습니다. 부모님들은 영어와 수학처럼 리더십 교육을 해주는 학원을 찾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반장이나 학생회장을 해야 자녀가 성장한 이후 사회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리더십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셨습니까?

 주변을 돌아보면 학교에서 회장이 되고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호감을 주고 누구나 그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타인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어 타인과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배려와 공감’의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과 만나기를 즐기고 타인과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주변 사람과 함께 공동체의 목적을 위해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회장이나 조직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더라도 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복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서 또래 친구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부모님은 어떻게 자녀를 양육해야 할까요?

 저는 공공장소에 가면 제 곁에 있는 부모님과 자녀의 모습을 찬찬히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부모교육’에 관심이 많다보니 저도 모르게 생긴 버릇입니다. 어느 날, 제가 책과 서류 등 여러 개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5~6세 된 남자 아이와 젊은 엄마가 손을 잡고 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자신이 내리고자 하는 층의 보턴을 누르고 싶어합니다. 아이가 보턴을 누르려고 했을 때 “아줌마는 5층에서 내려야하는데, 5층을 눌러줄 수 있겠니?” 이런 부탁을 받는 아이들은 기분좋게 5층의 보턴을 눌러주었습니다. 물론 저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정말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했는데 마침 아이와 저는 함께 5층에 내려야했습니다. 아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전에 무거운 가방을 든 저를 위해 보턴을 누르고 기다려주려고 했습니다. 제가 무거워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으니 저를 배려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를 다그칩니다. “빨리 내리라니까!” 아이는 엄마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저를 내버려둔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립니다. 만약 이때 엄마가 엘리베이터에 탄 저를 보면서 “가방을 많이 들고 계시니 먼저 내리세요!”라고 말씀하신다면 자녀는 너무나 쉽게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자녀가 타인에게 배려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주변을 둘러보시고 배려와 공감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자녀의 리더십 교육을 위해서는 쉽고도 부모님 자신을 위해서는 무척 행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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