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초등학생 자녀와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초등학교 정문에 도착하고 자녀와 헤어지기 직전 어머니는 들고 있던 자녀의 책가방과 보조가방을 아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출근길 업무용 가방과 자녀의 책가방, 그리고 보조가방까지 들고 학교 정문에 이르러서야 자녀에게 책가방을 모두 건네주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초등학생 자녀의 책가방이 그리 무겁지 않지만 어린 자녀에게는 가방이 무거워서 자녀가 힘들까 염려하는 마음에 자녀의 모든 짐을 대신 들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어머님께 이제부터는 어머니 자신과 자녀를 위해 아이의 책가방은 꼭 아이가 들어야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10여년 전, 대한민국에서 삶의 만족도가 제일 높은 사람은 50대 여성이라는 조사결과가 있었습니다. 현재, 저와 제 친구들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입니다. 그런데 저와 제 친구들은 가끔 전화통화를 할 뿐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주 만날 수 없을만큼 분주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녀 양육이 끝나고 자신에게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50대가 되었지만 실제 생활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제 친구들은 공부중인 자녀에게 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를 채우주고 가끔, 자녀의 집을 방문하여 청소와 밀린 침구류를 정리하거나 딸이나 며느리 집에 오가면서 손자녀를 돌보느라 젊은 시절 이상 분주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들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통계청 자료 및 고령화연구패널조사 결과에 의하면 중·장년층중에서 노부모와 자녀를 부양해야하는 이중부양 수행 비율이 2008년에는 약 35%였는데 2016년에는 42%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특히 45~54세의 연령층보다 55~64세에 해당하는 연령층에서는 노부모와 자녀의 이중부양비율이 약 2배 이상 높고 특히 미혼인 성인자녀에게는 현금이나 현물지원 등 경제적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자녀의 등에 짊어진 책가방도 대신 들어주고 싶어합니다. “너는 아무것도 들지 않아도 돼! 엄마가, 아빠가 다 들어줄께!” 혹은 “너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아도 돼! 아빠, 엄마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그저 공부만 하면 되는거야!” 라고 자녀에게 말씀하고 계신지 되돌아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다시 그렇게 말씀하셨던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자녀에게 어떤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자녀의 책가방을 들어주고 자녀의 고민을 자녀 대신 부모님께서 고민하여 문제해결까지 해주신다면 과연 자녀는 언제,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하겠습니까? 비가 오면 비를 맞지 않기 위해 부모님께서 우산을 들고 자녀를 기다리기 보다는 아이 스스로 무엇을 준비해야 비를 피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비를 맞았다면 지금은 불편했겠지만 다음부터는 비를 맞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당연히 한 번 쯤 비를 맞아보았다면 일기 예보를 살펴보고 우산을 챙겨갈 것입니다. 추위를 경험했다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따뜻한 겉옷 하나쯤은 챙겨서 나갈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앞으로 자녀가 살아가는 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자녀가 스스로 알아갈 수 있도록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