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특별한 시간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군 입대나 신입 사원으로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때 부모님들의 관심사는 ‘과연 그 곳에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입니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 중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적응의 요소는 ‘새로운 곳에서 처음 만나게 된 사람’에 대한 관심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얼마전 여성가족부가 집계한 전국 청소년 상담 현황에 의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 상담지원센터에서 505만 678건의 상담을 했고 이 중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이 27%에 이르는 133만 정도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이 7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또한 대인관계 문제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연령은 초등학생으로 대인관계 상담의 40%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친구 사귀는 방법도 배우게 해준다’는 학습을 위한 학원 광고가 생각났습니다.

 자녀가 한두 명 정도가 되면서 모든 부모님은 자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늘 편안하고 쾌적한 상황에서 정말 필요한 발달을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녀의 학습은 물론 좋은 또래 관계 형성을 위해 이사를 가고, 학교 등 기관을 선택하여 자녀가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녀에게 압축된 성장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좋은 친구를 사귀어서 긍정적인 친구의 영향을 기대하고 자녀가 갈등 없이 친밀한 인간 관계를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자녀의 친구 관계를 위해 부모 모임에 참석하고 심지어 아이들끼리 만나는 날을 정하고 놀이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녀의 또래 관계를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친구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있었지만, 항상 친구와 놀이할 때 행복하거나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가끔은 서로 하고 싶은 놀이가 달라 친구와 의견을 조정해야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 함께 놀기 위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느라 친구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놀고 싶은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친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이처럼 또래관계 형성은 다양한 사람을 통해 많은 시간동안 경험이 누적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세상에 대한 모든 ‘적응’의 첫걸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입학, 군대 입대, 회사 취업 등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부터 배울 수 있는 능력은 아닙니다.

 자녀가 태어난 이후, 양육자로부터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고, 나아가 어린이집·유치원 등 가족 이외의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모든 일상과 공간이 대인관계 발달을 위한 경험이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1살된 영아도 또래와 함께 지내는 동안 친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얼굴 표정을 살펴보면서 반가워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자녀의 타인관계 형성 능력 발달을 위해 또래와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이해, 공감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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