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동료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49년이 지났다.

 전태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교를 그만두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동에 뛰어 들었다. 그는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어다 파는 행상을 거쳐, 17살이 되던 1965년 청계천 평화시장의 의류업체에서 보조원, 재봉사 등으로 일했다. 당시 전태일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좁은 다락방에서 하루 14시간씩, 1주에 7일간 일했으며 한 달에 2일만을 쉴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폐결핵, 신경성 위장병에 시달리며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었다.

 노동환경을 개선해야한다는 그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은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이다. 이후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노력은 번번이 좌절됐고, 이에 분개해 동료들과 ‘근로기준법 화형식’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이 방해하는 가운데 분신자살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그의 나이는 22세, 현재의 청소년기본법이 정의하는 9세~24세에 포함되는 청소년이었다.
 
▲ 전태일 분신 49년째 “근로기준법 못배워”

 근로기준법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던 청소년 전태일과는 다르게, 현재의 청소년은 학교에서 노동교육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현재 정규교과 외 시간으로 중학교 3학년 1~2시간, 특성화고등학교 전 학년을 거쳐 6시간 정도의 짧은 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이 무엇인지, 어떠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일하면서 피해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마저도 일반계 고등학교 재학생과 학교밖청소년은 학교나 기관에서 신청해야지만 노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정돼 있다.

 노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은 곧장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발표된 ‘2015~2019년 청소년 근로권익 보호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5년간 청소년 고용사업장 3곳 중 1곳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위 청소년에 의하면 사업주에게 “너는 청소년이니까 최저임금보다 덜 줘도 되잖아”, “일하다 다친 건 너 책임이지”라는 말을 듣는 등 청소년이라서 차별 받는 경험이 빈번하다고 한다.

 청소년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차갑기만 하다. 청소년이 노동한다고 하면, 성인들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탈선을 위해 용돈벌이를 한다고 말한다. 성인이 돈을 벌어 옷을 사고 밥을 먹고 취미생활을 하면 생계비에 포함 되지만, 청소년이 돈을 벌어 옷을 사고 밥을 먹고 취미생활을 하면 탈선이 된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하는 청소년의 사정을 사회가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셈이다.
 
▲ “청소년도 노동자” 문제 개선 나서야

 이처럼 부정적인 인식 속에서 청소년노동도 점차 음지로 밀려나게 되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시기와 맞물려 배달노동과 택배노동 등 노동권리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업종이나 법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만이 청소년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로 한정된다.

 청소년이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 장기적으로 학업에 매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청소년의 경우 노동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찍 사회에 나와 경험을 통해 꿈을 키워가길 원하는 청소년도 존재한다. 청소년 노동이 이 사회에서 필요하다는 것과 성인과 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라는 전태일 열사의 말을 기억하며, 청소년도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함께 청소년노동 문제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열망한다.
유승빈 <광주광역시 아동·청소년의회 ‘노동“나동!당’ 차별금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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