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페북은 나에게 기쁨과 아픔을 준다. 이 글은 ‘페북을 왜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교육청에 들어와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몇 사람들이 이런 걸 궁금해 했다.

당신은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이 현안 문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시스템 안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가? 당신의 생각은 잘 못되었으니, 내 생각을 참고해라. 일희일비 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라!…,

처음에는 이런 생각에 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소통,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런 영역의 주제들은 때론 민감하기도 해서 홍역을 치르기도 한다.

언론의 취재동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개인적인 대화가 다음날 아침 누군가의 페이스북에 화려(?)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아찔한 순간이다. 깨 털듯이 인간관계를 다 털어버리고 싶은 순간이다. 가끔 혹독한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몇 번이고 폭파(?)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꾹 참고 견뎠다. 왜냐하면 수단이자 목적으로서의 ‘소통’의 중요성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관공서 공보 보는 것처럼 재미가 없다.

일방적이다. 관종(?)이냐? 소통 공해다. 공무원이 신중하지 못하다. 편향적이다. 낚시 하냐? 잘난 체 그만해라, 푼수냐? 이럴 때마다 친구가 한두 명씩 끊어진다.

심하게 욕이라도 먹는 날에는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듣는다. ‘그래서 나는 페북 안한다. 어설픈 페북보다 가만있는 것이 더 낫다.’ 잠 못 이루는 날들과 깊은 회한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생각이 희미해질 때마다 쏟아지는 비판을 견디고, 성찰하기 위해서 한동안은 페북을 멀리하고 ‘눈팅(?)’만 하면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열심히 그동안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했던 페친들에게 열심히 댓글을 달고, 공감을 표시한다. 정보도 수집하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관심을 나눈다. 소통은 인간 본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SNS가 발전하고, 유튜브가 삶의 포맷이 되고, AI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겪을 수밖에 없는 ‘휴머니즘 증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본성을 꾹꾹 누르면서 페북을 경계하는 분들이 주변에 더 많다.
 
▲5권의 페북 기록 책으로
 
나에게 페이스북은 매우 ‘긍정적인 또 하나의 자아’ 이다.

인간에게는 음과 앙이 있다. 페북은 양(陽)의 측면을 더 많이 비추는 자기 거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울 앞에서 때론 화장도하고, 표정도 밝게 해보고, 고춧가루가 끼어있는지 보기도 한다. 가끔 거울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잠시 휴식도 자연스럽고, 친구의 위로도 자연스럽다. 잊을 만하면 가끔씩 ‘좋아요’ 해주는 것도 감사하다.

급할 필요도 없다. 친구가 적다고, 댓글이 없다고 울상 지을 필요도 없다. 가급적 상대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 하고, 따뜻함을 먼저 보여주는 것. 그러다보면 보면 긍정적인 자아가 나에게 힘을 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따뜻한 친구가 많이 생겨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나는 5권의 페북 기록을 책으로 만들었다. 요즘은 좋은 어플이 많아서, 간단하게 책을 만들 수 있다. 소중한 10년의 기록이다.

나에게 페이스북은 긍정적인 또 ‘하나의 자아’이고 ‘소통의 거울’이다.
이재남 <광주시교육청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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