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돈 벌까?’아닌 `어떻게 도울 것인가?’고민을

▲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습니다.’ `one for one’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는 탐스 슈즈.

 현재 대한민국 창업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2012년 1222개였던 대학 창업 동아리 수는 2015년 4070개로 3배 넘게 증가했고, 2014년 신설법인 수는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8만(8만4697)개를 돌파했다. 또한 1998년 도입된 벤처기업 제도 시행 후 올 1월 ‘벤처 3만 개 시대’를 개막(1월 13일 3만21개 등록)했으며, 벤처펀드도 2014년 2조5382억 원이 조성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신규 투자도 전년 동기(6912억 원) 대비 38.4% 증가한 9569억 원에 달한다. 이에 더불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를 중심으로 TIPS 창업타운, 구글 캠퍼스 등 창업자·투자자·액셀러레이터 등이 활발히 교류하는 민간 중심의 선진형 ‘스타트업 밸리’도 조성되고 있다. 말 그대로 ‘창업붐’이 일고 있다.

 

사업에서 아이템 비중 고작 10%

 실로 대단한 창업환경이 조성되는 시점에, 필자는 본란을 통해 짧지만 인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전 오해들 그리고 △창업 후 알게된 진실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호에서 먼저 공유하고픈 진실은 창업하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즉 ‘아이템이 좋으면 성공한다’이다. 필자 또한 창업 전 제일 많이 오해했던 부분이다. 창업하기 전엔 아이템이 좋으면 성공하는 줄 알았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나한테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근데 너만 알아야 돼. 이건 진짜 비밀이야”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실제 창업 후엔 필자가 갖고 있는 이같은 생각에 문화적 충격을 준 다른 창업자의 발언을 접했다. 우리에게 ‘탐스 슈즈’(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을 못 신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추가로 한 켤레가 기부가 되는 상품)로 잘 알려진 탐스의 최고 경영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다. 그는 직원들과의 세미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안경을 파는 회사(똑같은 개념으로 안경사업도 하고 있다)도 아닙니다. 우리는 One for One 회사입니다.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One for One 입니다.”

 그렇다! 성공 창업엔 좋은 아이템이 아닌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창업 전엔 들어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개념이었다.

 

‘탐스 슈즈’의 ‘One for One’ 모델

 이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BMC·9개의 Block으로 이뤄진 비즈니스 모델 전략 툴)’를 작성해 봤다. 이때 알게된 사실은, 사업에서 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0%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총 9칸 중에 아이템에 대해 작성할 수 있는 칸은 단 하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s)’뿐이었다. 나머지 90%에 대해선 고민조차 해본 적 없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이 ‘아이템(가치 제안)’이란 것도 올바른 문제 정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추가로 한 켤레의 신발을 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One for One’의 ‘탐스 슈즈’라는 아이템은 ‘평생 신발이라는 것을 신어보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아이들’이라는 문제 정의에서 출발했다. 이런 문제 정의는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가 형성돼 헐리우드 스타들의 참여로 이어져 창립 4년 만에 100만 켤레를 기부하는 성장을 이뤘다.

 이처럼 아이템은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벤처투자가 랜디 코미사(Randy Komisar)의 저서 ‘승려와 수수께끼’에 보면,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이 요구하는 ‘비밀유지 동의서’에 서명해주지 않는 이유가 나온다.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실리콘밸리 투자자)은 아이템이라는 가설 보다는 그 가설을 검증하는 ‘실험(고객들의 피드백)이 있었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과학과 같다. 그래서 ‘가설-실험-검증’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아이템 보다는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우리는 창업 전, 혹은 창업 후에도 아이템에 대한 보안을 지키려고 아무에게나 공개하는 걸 꺼린다.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이템을 만들진 않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창업 성공 기준은 ‘좋은 영향력’

 아이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지 말고 공개하라는 말은 아니다. 지적재산권 이전 가치에 대한 생각이 선행돼야 한다는 걸 말함이다. 세계 최초로 전기차 상용화에 성공을 한 일론머스크(Elon Musk)는 지적재산권의 개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테슬라는 지속가능한 이동 수단의 미래를 앞당기려 만든 회사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보다 뒤에 있는 경쟁자들이 나아갈 길에 지적재산권이라는 지뢰를 깔아둔다면, 우리의 처음 목표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꼴이 될 것입니다.”

 지식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활용되면서 지혜란 단계로 넘어가듯이, 진정한 가치는 많은 사람들의 활용에 의해서 빛을 발한다.

 우리가 창업 전에 알고 있었던 좋은 아이템이라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까’가 아닌 ‘어떻게 사람들을 도와 줄 것인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고민이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가치’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가치는 우리가 창업 전에 꿈꿨던 ‘성공’이라는 단계로 우리를 데려다 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필자에겐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테레사(Teresa) 수녀 모두 창업해서 성공한 사람들로 인식된다. 창업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이고 성공의 기준은 ‘좋은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인 창업’에 대해선 다음 편에서 다루기로 하자.

송승한<(주)디파이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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