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가?

▲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카페. 여행을 테마로 삼아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국세청 국정감사자료에 의하면 2004~2013년까지 10년 간 자영업 창업은 949만 개, 폐업은 793만 개로 생존율이 16.4%라고 한다. 단순 계산 수치이지만 그만큼 자영업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자영업자들이 살아남는 걸까. 이번 칼럼에서는 어쩌면 단순하고 어쩌면 정말 중요한 생존하는 자영업자들의 비밀을 하나 말해볼까 한다.

 그 비밀은 바로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다. 사실 비밀이라 말할 것도 없는 너무 뻔한 내용이다. 그런데 주변의 많은 자영업자들을 지켜본 결과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그럴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자영업자 또는 예비자영업자들은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려한다. 특히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보며 단순 베끼기를 하려 한다. 벤치마킹이라는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포장해 보지만 결국 따라만 가다 지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물론 벤치마킹은 초보자들에게 필요하다. 그런데 거기에 나아가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단계까지 접근하지 못하는 창업자가 대부분이라는 건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넘치는 경쟁업체, 결국 승패는 차별화 

 몇 년 전부터 커피전문점 붐이 일었다. 퇴직 후 통닭집 아니면 커피전문점 창업이 한국인의 당연한 수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많은 커피전문점이 생겨나고 있다. 필자의 사무실 앞에서 보이는 커피전문점만 해도 10군데 가량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많은 커피전문점들 중 내 커피전문점으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결국 가게 고유의 색을 가지는 게 답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색이라 함은 정말 다양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맛이 뛰어나거나, 친절하거나, 알바생이 잘생겼거나, 가게 분위기가 너무 좋거나, 다른 곳에서 누릴 수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등 정말 다양한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유명인이 주인인 것도 하나의 색깔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고유의 색깔을 갖춘 가게를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필자의 지인들 중 소규모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교해보았다. 고유의 색깔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니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지는 걸 알 수 있었다. 고유의 색깔을 확실히 가지고 가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었다. 고유의 색깔이 없는 곳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메뉴를 바꿔볼까, 홍보 방식을 바꿔볼까, 인테리어를 바꿔볼까, 요즘에 인기있는 아이템을 가져다 놓을까, 노래 선곡을 바꿔볼까 등….

 고유의 색깔이 있는 곳 역시 많은 고민을 하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주로 고유의 색깔을 어떻게 더 돋보이게 할까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커피 문외한 사장님, 커피로 성공한 이유

 필자의 눈에 오픈할 때부터 저긴 무조건 잘 되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일산에 있는 한 카페이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인데 시설이 그렇게 좋지도 가게가 넓지도 않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동네의 한 카페였다. 그런데 그곳의 확실한 색깔이 있었다. 바로 여행이라는 색깔이었다. 그 카페 주인 부부는 세계일주를 하는 중에 만나 결혼까지 한 특이한 이력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여행 경험을 통해 여행이라는 색깔을 카페에 입히는 데 성공했다. 마당 앞에는 캠핑카가 놓여있고, 가게 안에는 손님들이 잘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운영된다. 언제든 무료로 여행 상담을 해주고 경험담을 서슴없이 풀어낸다. 카페 여기저기에 여행 사진들도 걸려있다. 그러한 덕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 되었고 일산의 유명 카페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했던 점은 여행이라는 색깔을 제외하고는 가게 운영적인 측면에서 모든 게 평균 이하였다는거다. 주인 부부는 가게를 운영해본 적도 없었고, 특히 커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에 필자가 방문했을 때 커피에 대해 좀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커피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의 결과는 어쩌면 뻔하지 않을까? 그런데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주변 가게들보다 훨씬 손님이 많다. 주변에 다른 커피전문점이 더 크고 멋지게 새로 생겨도 전혀 신경도 안 쓸 만큼 본인들만의 색깔에 대한 확신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커피맛에 대해 신경을 안 쓴다는 건 아니다. 커피맛보다 여행이라는 색깔을 가게에 입히는 데 더 집중한 것이었을 뿐이다. 심지어 이 부부는 현재 커피실력도 수준급으로 올라가있다.

 사업에는 정말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다. 아무리 고유의 색이 분명해도 다른 특정 요소들로 인해 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때로는 수치적인 요소들로 설명이 되지 않는 가게들도 많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음은 큰 무기가 될 것임이 분명해보인다. ‘나의 고유의 색은 무엇인가. 혹시 남들처럼 따라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영업자라면 한번쯤 고민해 볼 문제이지 않을까.

김태진<동네줌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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