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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미국 서부 기행기]<6>LA동물원
멸종 위기 동물들이 수두룩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8-06-29 06:05:01
▲ 봉고.
 다음날,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다. 나의 제안으로 동물원, 그리고 광훈이의 제안으로 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그린피스 천문대를 가기로 했다. 마침 동물원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이어질 수 있었다. 전 날 영훈이와 명녀가 조금 아파보이더니 기어이 둘이 동시에 LA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너무 강행군한 탓일 것이다. 정말 미안했다. 계속 콧물 흘리고 두통 호소하고, 우리가 감기에 걸릴까 걱정하고…. 그래서 오늘 하루는 우리끼리 다녀본다고 했는데도 아침 일찍 친구 분 모친상까지 다녀온 뒤 기어이 우리를 태우고 동물원에 함께 갔다. 동물원 입구에서도 ‘집에서 쉬시가 나중에 연락하면 데리러 오라’고 했는데도 결국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결국 다 돌지 못하고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했다.
홍학.


 그제야 광훈과 난 사실 홀가분해졌다. 이후 우린 마치 홈그라운드에 온 듯이 신나게 돌아다녔다. 언어는 안통해도 동물원에선 전혀 지장이 없었다. 아마존큰수달, 봉고, 오카피, 로랜드고릴라, 침팬지 가족들, 맨드릴개코원숭이, 게레눅(기린영양), 테즈마니안데블, 코알라, 세상에서 가장 큰 코모도왕도마뱀 까지…. 늘 보고 싶었던 멸종 위기 동물들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열 마리도 넘는 기린과 플라밍고(홍학)에 코끼리들 마릿수도 참 많았다. 기후가 좋아서 동물들은 울타리만 쳐놓으면 따로 난방 없이도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푸른 사파리형 제복을 입은 사육사들도 전문가들처럼 꽤 멋져보였고 다들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별로 넓지는 않았지만 꼼꼼히 다 보는 데 거의 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
오가피.
 
▲아마존 큰수달·봉고·오카피…
 
 점심으로 동물원 입구 가게에서 햄버거를 사서 먹었다. 여행 내내 항상 유일하게 물리지 않았던 음식이 햄버거였다. 밖으로 나오니 서부생활 박물관이 있었다. 영훈이 공짜라고 해서 좋다고 따라갔더니 결국 한 사람당 또 2만 원을 지불해야 했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오지 말걸! 하면서도 영훈이 서운해 할까봐 싫은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 그곳엔 서부개척시대 화려한 리볼버형 권총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마치 서부시대 총기 박물관 같았다. 초창기의 멋들어진 회색 살인병기 게틀링 기관총도 보였다. 총 손잡이에 박힌 장식들도 다들 예술 작품 같았다. 이것들로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되었을까? 왜 서부는 그렇게 무장 없이는 못 다니는 무법천지가 되었을까? 그런 세상은 얼마나 살벌할까? 여러 총기를 둘러보고 감탄하면서도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총기난사 사건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고, 사격장에서 보았듯 진짜 총기를 마치 취미 생활 물건 다루듯 하고 있었다.
리볼버.


 그린피스 천문대 가는 길은 고급주택가들과 그 앞의 아름드리 가로수가 무척 깔끔하고 아름다워서 인상적이었다. 거리가 마치 정원 같았다. 그곳에 올라가니 날은 덥고 먼지도 많아 도시가 뿌옇게 흐렸다. 산불이 났는지 소방 헬기 여러 대가 날아 다녔다. 여기는 인위적인 방화보다 마치 돋보기로 불붙듯 뜨거운 태양에 의한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이 끊임없다고 했다. 산불은 축복받은 땅에 사는 대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Hollywood 간판 배경으로 인증샷
 
 정상에 올라섰더니 사진으로 많이 봤던 산비탈에 Hollywood 간판이 선명했다. LA에 오면 모두들 그곳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싶어 한다. 우리도 인증이라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고 아픈 동료들 걱정에 황급히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달렸다. 아픈 와중에도 명녀가 준비한 카레라이스는 정말 맛있었다. 일본 카레라는데 우리나라 것보다 맛이 진했다. 저녁식사 후에 광훈이랑 둘이서 마을 산책을 나갔다. 아침에 광훈이가 혼자 나가 캐딜락 옆에서 사진을 찍는데, 주인이 뛰쳐나와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말을 그때 들었다. 놀랐을 텐데도 차분히 대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특했다. 길가에 심어진 노란 오렌지와 레몬 열매를 따먹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에겐 너무나 낯선 곳이라 함부로 일탈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 물론 변명해도 말이 거의 안 통할 것이었다. 여기선 영어가 유창하지 않으면 어리버리한 동양인의 말을 거의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 분위기였다. 영훈이와 명녀의 독감은 그 날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그날도 영훈은 광훈이와 둘이서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 열심히 작업을 했다. 우리를 위한 파이널 이벤트로, 유니버설스튜디오 입장권을 예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그마치 일인당 15만 원씩 하는 특급(express)권으로… 이 아저씨(형님) ‘가오’는 정말 못 말리겠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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