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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 터무니를 찾아서]책임이 있는 여행의 실험
12월 공정여행 기획사업을 준비하며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8-11-09 06:05:02
▲ 지난 3일과 4일 진행됐던 공정여행 실험 ‘남도여행×소셜다이닝’.
 어려운 용어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나 ‘투어리즘 포비아’ 같은 용어가 그러하다. 특히나 관광과 관련하여 관광활동을 거부하는 관광지의 주민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비추어진 것이 ‘투어리즘 포비아’이다. 문화를 파괴하는 ‘반달리즘’이 있다면, 평화의 여권·굴뚝 없는 산업·인적 서비스의 최정상이라 일컫는 관광에 대한 반대주의가 있음을 우리는 사실 애써 외면해왔다.

 어느 토론장에서 있었던 해프닝이다. 서울의 이화 마을에서 관광객이 넘쳐나고 주민들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위협 받으니 관광 활동을 멈추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자발적인 발걸음을 제어할 어떤 수단도 없었다. 하니 결국 주민들은 벽화를 지우는 것을 택했다. 관광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이렇게 표명되었는데, 이 사례를 듣고 있던 어느 지역분이 그런다. “우리 동네로 보내주지.” 씁쓸했다. 한 명이라도 더 모시려고 버둥거리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넘쳐나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알고 있는 지자체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나는 정작 우리의 관광활동은 어디로부터 출발했는가에 관한 의문을 갖는다. 관광의 주체를 객으로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수익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방식, 활동 보다는 낙전 효과에 기대는 경제적 관점의 응대 등에 익숙할 뿐, 정작 그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이나, 현지 주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전무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SNS의 자기 과시나 드러내기 등이 트렌드로 정착되며, 굶어도 인증샷은 찍고자 하는 관광 동기 요인이 기폭제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주마간산의 여행법이 문제인데, 사진과 영상으로만 여행지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관광 매력물을 가진 지역의 터무니를 무시하는 옛 방식이 더 극단화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일과 4일 진행됐던 공정여행 실험 ‘남도여행×소셜다이닝’.
 
▲‘투어리즘 포비아’가 등장한 시대
 
 산경표를 지은 여암 신경준의 말처럼 ‘모든 길은 본디 주인이 없어서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라고 하였던 말씀은 모든 것의 주인이 카메라 중심으로 편재되었다. 카메라에 연연하니 이제 사람과의 대화도 없어지고, 세밀한 관찰 보다는 렌즈에 편입될 내 입장만 바라보고 상상하게 된 지경, 그럼으로 지역은 여전히 피사체에 불과한 것이 된 것이다. 이런 아쉬움에서 일종의 실험형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공정여행으로 떠나는 남도여행과 소셜다이닝이라는 프로그램이다. 공정한 여행이라는 것은 여행지를 지켜준 주민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존중하는 것이다. 이방인이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거나 지쳐 있을 때 길을 일러주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살던 지역과 타인이 살던 지역의 간극을 좁혀갔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자기 삶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으면서 타자의 삶은 철저하게 대상화 시켜 버린다. 특히나 여행에서는 이런 현상이 너무나 극심하다. 관광개발은 지역민이 주체가 되지 않고 자본가들이 중심을 이루고, 여행을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가성비를 높일 것인지 궁리하며 지역에 대한 기여도 보다 자기만족에 열중한다. 당연히 여행자들의 소비는 지역 사회에 머물지 않는다. 자본을 가진 기업이 가져가고 관광지의 주민들은 한켠에 쪼그리고 앉아 논밭에서 나온 채소나 과일 따위를 팔면서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패턴에 조금이라도 금을 내야 한다. 관광매력물을 오늘에 있게 한 주인공들이 더욱 건강하고 자긍심을 갖도록 응원하는 관광문화가 있어야 되는데, 광주 전남에서는 이런 건강한 여행을 꿈꾸고 실현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시행하는 대한민국테마여행10선이라는 사업중에서 기획사업이 있다. 의도한 실험적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지난 3일과 4일 진행됐던 공정여행 실험 ‘남도여행×소셜다이닝’.
 
▲ 주민과 만나고 그 지역 식재료를 구매하고…
 
 필자는 이 사업을 통해 공정여행을 실험하기로 해 보았다. 사업의 내용은 이러하다.

 이 실험여행에 참여할 대상은 음식관련 종사자와 전공자, 여행을 통한 사회혁신을 꿈꾸는 이들, 문화분야와 관광을 접목할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들은 12월2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응모할 수 있다. 프로그램 한 꼭지에 참여할 인원은 12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모집된 12명은 토요일 10시30분까지 유스퀘어로 모인다.

 잠시 공정여행에 대한 설명과 함께 여행하는 지역인 담양, 광주, 목포, 나주에서 어디를 여행할지와 여행지에서 어떻게 주민과 만나고 이들에게서 그 지역의 농산물을 구입할 과제를 부여 받는다. 절대로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안된다는 주의사항을 듣게 된다.

 그런 다음 각 지역별로 3명씩 이미 대기하고 있는 스태프 1명과 함께 4개의 지역을 따로 방문하게 된다. 여행을 하면서 호시탐탐 지역민과 만나고 대화하고 그리고 정해진 식자재, 이를테면 무, 고구마, 감, 낙지, 고추, 조청 따위를 구한다. 그런 식자재를 들고 당일 여행의 추억을 모아서 나주가 집결지이면 나주로 모인다.

지난 3일과 4일 진행됐던 공정여행 실험 ‘남도여행×소셜다이닝’.

 이미 연락된 쉐프는 이들을 위해 메인 음식을 준비하고 있으면서 여행자 12명이 오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미 숙제처럼 내어준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도 이야기하고, 잘못 사온 재료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테면 나주의 한 밭에서 애써 밭을 일구는 할머니를 설득하여 무를 사왔지만 그것은 총각김치를 담그는 무 일뿐, 오늘 식단에 쓸 무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그렇게 이야기 속에 지역성도 드러난다. 표준어로 부추라 불리는 것이 남도에서는 솔이라고 하고,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한다는 것에서 서로의 정서와 차이를 교감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가 있는 식탁, 공감하는 식탁을 소셜 다이닝이라고 한다.

 낯선 얼굴 12명이 이 자리에서 또 한번 친분을 나누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일정의 나주 지역에서 잠을 잤으니 모두 함께 나주의 명소를 찾아 간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거점을 찾아가는 것인데, 나주에서는 나주에 있는 산림자원연구소의 아름다운 경관에 빠져 들며 담양을 찾았던 이들이 경험한 메타세퀘이아 가로수 길과 비교한다. 뒤를 이어 나주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금성관에 간다.

지난 3일과 4일 진행됐던 공정여행 실험 ‘남도여행×소셜다이닝’.
 
▲이틀에 걸친 여행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
 
 각 지역마다 이런 정치의 심장이 있을 것인데, 자신의 지역의 역사와 비교하는 기회가 된다. 전라관찰사의 집무공간이자 관원들의 숙사 역할을 한 이곳의 위용에서 여행자들은 지방의 궁궐이 가진 풍체와 위상을 다시 되돌아본다. 관아를 나와 목사내아에 이른다. 지방관의 관사이자 집무공간으로 쓰인 이곳은 현재는 한옥 체험 시설로 쓰인다. 벼락 맞았다는 팽나무(벼락을 맞으면 나무는 죽게되는데, 기이하다)와 벚나무가 아름다운 뜨락에서 해설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화순의 실학자 나경적과 그를 이곳으로 초대했다던 목사의 아들 홍대용을 이야기 해 준다.

 논리로만 실학을 펼치던 남도가 아니라 이용후생을 직접 실현한 남도의 실학자를 품어 주었던 공간으로서 목사 내아는 확장된다. 지역의 거시사에서 미시사까지 접하는 마당이 펼쳐지는 것이다.

 여행자들도 해설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앎이 같이 펼쳐지며 풍성한 여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뒤를 이어 나주 향교로 찾아간다. 금성별곡이라고 했던가. 이곳 향교에서 교수 박성건이라는 이가 가르치던 공부하던 이들이 한꺼번에 10명이 소과에 급제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경사와 더불어 임진왜란이 났을 때 한양의 성균관이 불에 타자 그에 대한 표본으로 나주향교가 채택되어 나주 향교가 오늘날 성균관의 모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함께 열심히 여행을 한 다음 나주 곰탕으로 점심을 함께 한다. 그리고 한자리로 모인다. 이날은 나빌레라 센터가 집합장소다. 이곳에서 이틀간의 여행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공정여행에 관한 개인의 실천 과제를 찾아보는 새로운 시도의 여행에 관한 정리를 하는 것이다. 아직 시작이다. 12월까지 실험적으로 시행되는 이 사업에 나는 기대감을 갖는다. 이제 씨앗이지만 반드시 공정여행은 모두들 실현하는 여행으로 지역과 공생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전고필<대인예술시장 감독,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8권역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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