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글, 제인 다이어 그림
인생 수업은 언제까지일까?

 사랑스러운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일단 그림이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2006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이기도 했고, 어린이문화진흥회 2008년 ‘좋은 어린이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요즘은 쿠키 한입의 수업 세트로 묶여서 4권의 책-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 쿠키 한 입의 사랑 수업, 쿠키 한 입의 행복 수업, 쿠키 한 입의 우정 수업-을 만날 수 있답니다. (물론 따로 따로 살 수도 있구요)

 글쓴이 에이미 크루주 로젠탈은 미국 시카고에 살면서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글을 쓰고, ‘뉴욕타임스’ 등 여러 잡지에 육아와 결혼 생활에 관한 글을 쓰며, 시카고 공영 방송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책 외에 ‘꼬마 완두콩’, ‘꼬마 부엉이’, ‘오케이 북’, ‘숟가락’, ‘오리야? 토끼야?’ 등의 동화와 ‘평범한 삶의 백과 사전’을 포함해 어른들을 위한 책도 여러 권 썼습니다.

 그 책들 중에 ‘오리야? 토끼야?’라는 책은 착시현상을 이용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간단히 그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에는 사랑스런 오리 한 마리가 있어요. 아니에요, 귀엽고 어린 토끼 한 마리가 있어요. 본문은 마치 오리와도 같고, 토끼와도 같은 알쏭달쏭한 대상을 가리키며 저마다 ‘오리다! 토끼다!’ 자기 말이 맞다고 싸우는 두 아이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하나의 그림을 놓고 서로 다른 생각을 그린 이 책은 아이들에게 각자 다른 시각적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할 수 있는 법을 제시합니다. 전 세계 30여 나라에 소개되고, 퍼블리셔스 위클리 2009년 최고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작가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겠죠? 자 그럼 이제 진짜 오늘의 책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먼저 이 책의 맨 첫 페이지에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수많은 낱말의 뜻을 가르쳐 주신, 쿠키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아버지께”-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작가가 그리워하는 아버지에게 헌사를 바치는 책이라면 분명 정성을 다해 만들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배워야할 삶의 가치
 
 서로 돕는다는 건 이런 거야. “내가 반죽을 저을게 너는 초콜릿 조각을 넣을래?”

 참는다는 건 쿠키가 다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거야. 조금 더 기다리고, 더 기다리는 거야. “나 정말 잘 기다리지?”

 당당하다는 건, 고개를 들고 “내가 만든 쿠키는 정말 맛있어.”하고 말하는 거야.

 겸손하다는 건, 쿠키를 진짜 잘 구웠어도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지 않는 거야. 정말 그랬더라도 말이야.

 어른을 공경하는 건, 갓 구운 쿠키를 맨 먼저 할머니께 드리는 거야.
 믿음을 준다는 건, 친구가 쿠키를 맡기면 돌아올 때까지 안 먹고 잘 가지고 있는 거야.

 공평하다는 건 이런 거야. “너 한 입, 나 한 입.” “너 크게 한 입, 나도 크게 한 입.”

 불공평하다는 건 이런 거야. “너 한 입, 나머지는 다 내 것.”

 남을 배려한다는 건, (쿠키가 바닥에 떨어져 울고 있는 고양이에게) “걱정 마, 괜찮아. 내 쿠키 나눠 먹으면 돼.”라고 말하는 거야.

 욕심이 많다는 건, 쿠키를 혼자서 다 먹어 치우는 거야. “히히히, 냠냠냠.”

 마음이 넓다는 건, 다른 아이들에게도 쿠키를 나눠 주는 거야. “하나 먹어 봐. 너도. 먹고 싶은 사람 더 없어?”

 부정적이라는 건, ‘어떡해, 속상해. 쿠키가 반쪽밖에 안 남았어.’하고 생각하는 거야.

 긍정적이라는 건, ‘와! 쿠키가 아직 반쪽이나 남았네.’하고 생각하는 거야.

 예의바르다는 건, (멀리 떨어진 쿠키 접시를 보고) “미안하지만 그 쿠키 좀 이리 줄래?”하고 말하는 거야.

 정직하다는 건 이런 거야.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실은 그 쿠키, 나비가 가져간 게 아니라 제가 가져갔어요.”

 용감하다는 건 이런 거야. “제가 쿠키를 가져갔다고 말씀드리는 게 쉽진 않았어요. 그래도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사실대로 얘기한 거예요.”

 부러워한다는 건, ‘자꾸만 저 애 쿠키에 눈이 가. 내 쿠키보다 훨씬 맛있어 보야. 아, 저 쿠키가 내 거였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는 거야.

 우정이란, “새로 온 아이가 훨씬 커다란 쿠키를 가지고 있지만, 난 너랑 네 자그만 쿠키가 더 좋아.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니까.”라고 말하는 거야.

 열린 마음이란 이런 거야. “이렇게 생긴 쿠키는 처음 봐. 음… 좋아, 하나 먹어 볼게.”

 후회한다는 건 이런 거야. “쿠키를 그렇게 많이 먹는 게 아니었는데.”

 만족스럽다는 건, 너랑 나랑 둘이서 쿠키 하나씩 들고 계단에 앉아만 있어도 좋은 거야.

 지혜롭다는 건 이런 거야.(책을 잔뜩 쌓아놓고 공부하고 있는 개의 그림 옆에) “난 내가 쿠키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겨우 초콜릿 조각 하나 아는 것 같아.”
 
▲살아있는 캐릭터·편안한 수채화
 
 이 책은 쿠키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리고 맛있는 쿠키를 나눠먹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배워야 할 아름다운 가치들에 대해 배울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꼭 알아야 할 가치와 개념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 주는 일이란 쉽지 않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그 가치와 개념들을 친절하게 직접 가르쳐 주고 싶지만, 그때마다 적당한 말을 고르지 못해 쩔쩔매게 됩니다. 그럴 때 이 책,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은 아이들이 성장해 가면서 마음속에 지녀야 할 가치들에 대해서 쿠키를 소재로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와 함께 쿠키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서로 돕는 협동을 배울 수 있고, 또 쿠키가 오븐에서 익는 과정을 기다리며 참아내는 인내를 배울 수도 있습니다. 쿠키를 할머니께 먼저 드릴 줄 아는 공경과 친구들과 나눠먹을 줄 아는 공평과 친구가 맡겨놓은 쿠키를 건드리지 않는 믿음, 정직과 용기, 질투와 우정, 후회, 만족, 지혜의 가치들을 다루고 있답니다.

 쿠키 한 조각이지만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가르쳐줍니다. 쿠키를 직접 만들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은 상황에 잘 들어맞는 재치 있는 정의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가치 사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피부색의 아이와 의인화된 동물들까지, 따스한 그림으로 표현된 살아 있는 캐릭터에, 수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하얀 토끼랑, 검은 강아지와 함께 쿠키 반죽을 하는 금발의 백인 아이, 쿠키가 다 완성될 때까지 오븐 앞에서 기다리는 흑인 아이, 쿠키를 맡기고 나가는 말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양 아이, 거짓말을 고백하는 용감한 양 등 여러 피부색의 아이들과 의인화된 동물이 조화를 이루어 마치 에덴동산의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그곳은 사자들이 어린 양과 뛰놀고, 독사 굴에 손을 넣어도 즐거운 일이 생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전래동화의 고전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도시가 있는 현대입니다. 거기에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아있는 듯 섬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발행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책을 오늘 소개하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빛이 바래서는 안 될 가치들, 그것을 따뜻하고 예쁜 시선으로 말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과 함께 다른 세권의 책 (쿠키 한 입의 사랑 수업, 쿠키 한 입의 행복 수업, 쿠키 한 입의 우정 수업)도 보면 좋을 듯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책을 펼치기 전에 이 책은 쿠키로 어떻게 사랑에 대해 말했을까, 어떻게 행복에 대해 말했을까 내용을 상상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만의 가치사전을 만든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 (쿠키 한 입의 인생 수업)을 읽을 때는 아이들만의 가치 사전을 따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서로 돕는다는 건 뭘까? 너만의 가치사전을 만들어봐.” 그럼 아이는 “서로 돕는다는 건, 엄마가 큰 빨래를 갤 때 나는 작은 양말을 개는 거에요.” “배려는, 형이 공부할 때 노래하고 싶어지면 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부르는 거에요.” “공평하다는 건, 가을이 왔으면 이제 겨울도 올 수 있게 가을이 물러가는 거에요.” “부정적이라는 건, 겨울이 왜 빨리 오는 거야라고 투정하는 거에요.”라고 자기만의 사전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더 좋고요.

 인생 수업이라면 참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매 순간, 우리는 인생 수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나이 100을 바라보는 노인이라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인생은 누구나 한번이니까 눈을 감을 그 순간까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것을 만나고, 새로운 만남을 하는 신학기인 것입니다. 다만 어떤 사람은 그 수업이 좀 더 일찍 끝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중도 포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아주 뛰어난 이는 우수한 성적으로 남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교단 앞에 서기도 할 것이며, 수업을 받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세상을 알아가는 작은 아이들에게 어른이 주어야 마땅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쿠키를 구워 함께 먹을 때처럼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수업을 마무리할까요?

 쿠키 하나로 인생의 모든 수업을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의 의미는 쿠키 하나의 의미를 훨씬 뛰어 넘습니다.

 오늘 저녁엔 쿠키대신 우리나라 식으로 김치부침개를 만들어 먹으며 아이와 함께 가치사전을 실천해볼까요?

 김치전을 함께 만들며 서로 돕는 것을 배우고, 김치전이 노릇노릇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배우고, 김치전을 뒤집다가 찢어져도 당당하게 내 요리가 성공적이라 생각하고, 넉넉하게 만들어 옆집 할머니에게 갖다 드리는 공경도 배우고, 아무리 맛있어도 욕심부리지 않고 동생들과 공평하게 나눠먹고, 수고하신 엄마께 감사하다고 인사할 줄 아는 예의도 배우고, 함께 만들어 즐거운 시간이었다는 만족함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 어때요?
이하늘 <인문학공간 소피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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