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비에 젖을까 행여 땡볕에 상할까 노상 눈길이 닿고 마음이 쓰인다.

 너무 헐렁하지도 너무 꼭 끼지도 않게 고추밭을 파고들어 앉힌 자그마한 오토바이집.백미러에 초록 숲 가

 득한 벌통산이 통째로 비추어 담겨 있다.

 이토록 목가적이고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차고라니.

 “집이 원체 쫍아서 배깥에다 지은 거여. 집마당에 오토바이 한 대 딜여놀 디가 없어.”

 강경마을(순창 적성면 석산리) 박만주(72) 할아버지는 5년 전쯤 오토바이를 장만했다.

 “내한테는 자가용이여. 논에 밭에 갈 때 쫍은 길도 간게 자동차보다 나서. 참 핀리해.”

 아는 동생들이 모다들 사라고 해서 그 말을 들었더니 그 말 듣기 참 잘했노라 한다.

 “전에는 마을질이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사람 한나나 포도시 댕개. 자전차도 못 들와.옛날에 집배원이

 자전차로 배달헐 때 우리 마을 들올라문 저 물가에다 놔두고 거그서부텀 걸어올라와. 인자 이만허문 살 만허지.”

 박만주 할배한테 좋아진 세상이란 내 발걸음으로만 길을 잇지 않아도 되는 세상.

 “얼매나 고맙지. 암만 기계라고 해도 인연이여. 귀헙게(귀하게) 간수혀야지. 그리야 오래 가지. ”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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