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진첩을 열어 보았다. 2013년 10월22일 오후 3시를 향해 가는 시계바늘 아래 앉은 할매들. 화순 동면 복림마을이다. 종일 햇발이 닿는 마루는 크지 않아도 유재들 어우러지기 좋은 회합의 공간. 두런두런 도란도란 이야기 속에 끼여드는 웃음소리 너머 대숲에서 들려오는 새울음 소리가 한데 만난다. 이러한 찰나가 있다.

 “가실 끝났는디 뭐이 급해, 인자부터 놀아볼 참이여.”

 이 마루의 시계는 분 초를 다투어가며 빨리빨리 가지 않는다.

 <재빨리 날쌔게 얼른 금세 당장 냉큼 선뜻 후딱 싸게 잽싸게 속히 즉각 곧 곧장 바로 이내 퍼뜩 급히 붐비지 않는데도 붐비는 말들 언젠가부터 사랑할 시간은 너무 적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흩어지는 사람들처럼 너무 짧은 만남에 씨 맺지 못하고 꽃만 피워 시든다 고속 초고속 급행 빠름 재빠름 날쌤 날램 순식간 바쁘지 않은데도 바쁜 말들. 느릿느릿 걸을 시간은 이제 없다 고속도로 위를 내닫는 사람들처럼> (조현명, ‘빨리’ 중)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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