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저항하는 그곳이 바로 광화문 농성장

▲ 광화문 농성 1831일째인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찾았다. <사진=장애인의 주홍글씨 비마이너>
 # 1-모기만 아니면 호텔 같았던 농성장

 토요일, 5년을 자리해온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갔습니다. 1839일 밤을 그곳에서 보냈습니다. 누군가 고생하며 만들었을 손수 짠 나무 수납장과 매트리스가 올려진 2층 침대부터 농성장에 놓인 많은 물건 하나하나에 어쩐지 누군가의 얼굴이 새겨져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서명전을 마무리하고 모두가 떠난 농성장에 누워 스르륵 잠이 들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고 매트리스와 이불은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애앵~~~ 하고 귓가를 날아다니는 모기 한 마리 때문에 이른 시간에 눈을 떠야 했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 출근하는 사람들도 없고 농성장은 한산했습니다.

 -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 부탁드려요.

 혼자뿐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세수도 양치질도 못해서 어쩐지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주춤거리고 있을 때 어느 중년 여성이 다가와 서명을 하고 갔습니다. 그래서 힘을 낼 수 있었고 서명을 부탁한다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농성장 짐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의 사람들이 왔습니다. 9월 5일 농성장 정리에 앞서 미리 정리할 짐들을 치우러 온 사람들 틈에서 아주 소소한 일들을 함께 거들었습니다. 기껏해야 짐 나르는 동선을 줄여주는 정도였지만 그래도 함께 일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5년의 시간을 자리했던 농성장 짐을 정리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짐들을 정리하고 약간 늦은 점심을 함께 먹으며 이렇게 함께 모여 일하는 서울 활동가들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2-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문제다?

 그렇게 광화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을 때, 금남로에서는 동성애-동성혼 개헌 반대연대 집회가 있었습니다. 국민의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 여럿과 박지원 전 대표 그리고 금품수수 문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까지 동성애-동성혼에 반대한다는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집회였습니다.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 구절도 있는데 누군가의 사랑을 부정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랑’을 찾기란 참 힘들어 보입니다. 성소수자의 차별을 막고 그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개헌조차 반대하는 이들을 보며 그 ‘사랑’이 문제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에서 ‘사랑이 제일’이라던 성경 구절은 무색하기만 합니다.
 
 #3-차별에 저항하는 그곳이 광화문 농성장

 하루하루 전국 각지의 장애인 운동 활동가들이 번갈아가며 지켰던 광화문 농성장은 9월 5일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천막을 걷고 그 마지막 흔적까지 정리합니다. 그리고 8월 25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약속한대로 장애등급제-수용시설 폐지 위원회와 부양의무제 폐지 위원회를 통한 논의를 시작합니다. 안에 있던 짐은 정리했지만 여전히 천막은 그 자리에 있던 지난 일요일 농성장 모습이 아마도 마지막 천막이 있던 광화문역에 대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빤한 수사가 아니라 장애등급제와 수용시설 그리고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위원회가 구성되려는 지금, 그리고 그에 필요한 적지 않은 예산을 만들어 가야 하는 지금은 분명 끝이 아닌 시작일 것입니다. 더불어 그 존재마저 부정 당하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차별 받는 이들과 함께 전국 각지에서 만나고 연대해야 하는 때가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4-잊히고 싶지 않기에 검색창에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농성장에서 서명을 받으며 9월 5일 이후에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종종 검색해달라는 부탁을 여러분께 드렸습니다. 잊혀질 것 같아서였습니다.

 광주로 돌아와 생각해보니 5년 동안 자리를 지켰던 천막 농성장에 너무 기대며 살았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차별은 늘 어디에나 존재했고 그 차별에 저항하는 곳이 바로 광화문 농성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고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함께 했던 참 넓었던 광화문역 농성장처럼 존재마저 부정당하며 그 사랑조차 비난 받는 ‘인권의 도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아야 하겠습니다.

 장애인 차별이 사라지는 날,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도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지만 존재를 부정당하며 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사람이 남아있는 한 문 닫을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애등급제와 장애인 수용시설 그리고 부양의무제가 온전히 폐지될 때까지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제 폐지’가 꾸준히 포털 사이트 검색 창을 채워갔으면 좋겠습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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