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에 한 번이든 몇 년에 한 번이든
 사람과 사람이 관계된 만남 속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존재한다.
 
 이야기…
 
 ‘말’이란 어떠한 정답이 정해진 시험지 속 문제와는 달라서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한 채 이어 지고 이어 지고 이어지다가
 결국은 처음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할까?
 혹시 하지 않아도 될 말들까지 너무 많이 해버린 것은 아닐까?
 혹시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까지 너무 많이 다 해버린 것은 아닐까?
 
 나는 정말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혹시 괜한 오해를 만든 것은 아닌지
 말하기가 서툰 나 때문에 행여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항상 뒤따르는 미련스러운 후회와
 괜스레 돌아보며 곱씹게 되는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
 
 입 밖으로 내뱉어 말을 한다고 지금 당장 내 눈 앞의 현실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입술로 소리 내어 말을 한다고 지금 당장 내 눈앞의 오늘이 달라질 순 없겠지만

 그래도 말 했으니 됐지 뭐. 말이라도 했으니 그거면 됐지 뭐.
 
 달라지지 못해도 달라질 수 없어도 그래도 말이라도 했잖아. 그게 어디야…

 어떻게든 말이라도 할 수 있었잖아. 그게 어디야… 그치?
 
 어떤 말이든 어떤 얘기든 무엇이라도 어떻게라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낯설더라도 조금씩 마음을 열어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며

 그렇게 잠시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이 있다면 그것이면 되었다.

 그것이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잊어도 좋아요

 시간은 멈추지 않으니까 또 이렇게 지나고 지나다 보면

 잊혀 지겠죠. 희미해질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나아지기 위해 나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기를 쓰며 아무리 노력해도
 여전히 부족함만 한가득인채로 마음만큼 뜻대로 잘 풀리지 않는 것들에 지쳐 아프던 날들
 
 그 계절 속 어느 하루의 끝에서 우리를 감싸던 모든 시간과 모든 공기와 모든 이야기로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하며 오랜 무거움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던 날
 
 숨이 탁탁 막히게 뜨거웠던 여름이 물러난 자리

 비가 오지 않아도 선선해진 바람 속에서 전해지던 계절의 향기
 
 2017년 9월
 
 가을이었다.
은수

‘은수’님은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아직 오지 않은 많은 것들을 상상하고 소망하며
 여전히 진행 중인 마음의 성장통을 견뎌 내는 생각이 많아서 고민도 많은
 꿈쟁이 상상쟁이 사춘기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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