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봄이었는데 바람은 겨울이었던 어느 토요일, 오래 전부터 약속이 되었던 ‘휠체어 라이딩’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내의 사무실이 아닌 말 그대로의 길 위에서 처음으로 전동휠체어를 타 본 날이기도 합니다.

 앞뒤로 좌우로 방향을 잡아주는 스틱을 꼭 잡고 휠체어에 앉아 인도를 지나고 산책로를 지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 다리도 건넜어요. 자립생활센터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건물 밖을 나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물론 이전까지 전동휠체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속 시원히 콕 짚어 표현할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이 먼저였던 듯합니다.
 
▲막연한 두려움 벗고 야외로
 
 어쩌다 가끔 혼자 걷다가 혹은 차를 타고 지나다가 우연히 마주쳤던 전동휠체어는 늘 사람들 사이에서 혹은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위태로워 보였고 꼭 전동이 아니었더라도 휠체어에 앉았을 때 내가 지나는 길 위에 모든 감각과 진동이 여과 없이 나에게 전달되는 듯 한 특유의 느낌도 멀리하고 싶었습니다. 내내 긴장했었거든요. 불편했고 불편해 보이겠지만 실제로 몸이 좀 힘들더라도 걷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잘 만들었다는 산책로를 지날 때도 나무 많은 공원을 지날 때도 조작이 미숙하고 서투른 탓에 많이 덜컹거렸고 접촉사고 마냥 함께 가던 사람들에게 부딪힐 뻔 했던 것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되게 많이 무섭고 어쩌면 정말 많이 싫을 줄 알았는데 그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대로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 것인지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많이 무섭거나 싫지는 않았어요. 다행이죠?

 화창할거라는 일기 예보를 보고 나간 날 이었지만, 빗나간 예보에 찬바람이 추웠고 앞에서 뒤에서 함께 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혹시라도 민폐가 될까봐 걱정했습니다. 누구와 부딪히거나… 혹시 넘어지거나… 사고치지 않으려고(?) 내내 긴장했고…. 춥고 즐겁고 그래도 조금은 힘든 아주 긴 하루였어요.
 
▲모든 길·풍경이 새로움·도전
 
 뭘 그 한 번을 가지고 유별나게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날 하루 종일 지나왔던 모든 길과 풍경과 그 하루를 채우던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새로움이었고 도전이었거든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정확히는 걱정했구요. 앞으로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을 텐데 아직 못해 본 일들도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든 꼭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셀 수 없이 많을 텐데 이렇게 겁이 많아서 어떡하나 싶은 생각이요.

 때때로 좀 자주 여전히 춥고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아질 거라고 믿어요.

 나아지는 중이겠죠?

 나아가는 중이었으면 좋겠어요.

 일 년 내내 늘 화창하기만을 바랄 수는 없겠지만

 찬비가 쏟아지고 칼바람이 불어도 볕이 들고 눈이 녹아 봄이 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은수
 
 돈이 많거나 탄탄한 스펙을 부러워 하기 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마음으로 살지 않기 위해

 굳이 굳이 맘고생을 사서 하는 잡생각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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