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은 치료가 아니다

▲ 영화 눈 먼 자들의 도시.
 #1-눈 먼 자들의 도시
 “소설의 첫 번째 장면은 평범한 어느 날 오후, 차를 운전하던 한 남자가 차도 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갑자기 눈이 멀어버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다른 남자의 안내를 받아서 집에 무사히 도착한다. 그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그를 간호한 아내도, 남자가 치료받기 위해 들른 병원의 환자들도, 그를 치료한 안과 의사도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 정부는 백색실명 현상을 전염병으로 여기고 눈먼 자들을 빈 정신병동에 격리수용하기에 이른다.”-출처: 위키백과(https://ko.wikipedia.org/wiki/눈먼_자들의_도시)- 눈 먼 자들의 도시 줄거리 중-
 아직 학생이던 어느 더운 날, 우연히 집어 들고 읽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도시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명한다는 콘셉트가 매우 이색적이어서 끝까지 읽게 되었던 소설이었지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실명한 사람들이 감금된 공간에서 원래부터 시각장애인이던 인물이 군림하는 장면과 실명한 이들을 감금하는 정부의 대처 모습이었습니다.
 
 #2-입소는 왜 공포가 되었을까?
 제목: “또 정신병원 보낼까봐”…90대 친부 살해한 조현병 아들 ‘중형’
 (전략)
 A씨는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다시 나를 정신병원에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후략)
 -출처- 제목: (보도자료 http://bit.ly/2rK47F9 ) 비자의 입소 장애인거주시설 67.9%, 정신요양시설 62.2% / 국가인권위원회
 (전략)
 정신요양시설 역시 ‘비자발적 입소’(62.2%)가 압도적인 가운데,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55.7%)라는 사유가 가장 많았다. 1개 숙소 6명 이상 거주 비율이 62.7%로,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70.7%),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목욕하는 경우(58.3%)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지 못했다.
 정신요양시설 내 폭력·학대 또는 부당한 대우(24.7%), 강제 격리 조치(21.7%), 강박(12.4%), 강제노동(13.0%)과 같은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34.5%는 퇴소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59.7%는 퇴소 의사가 있으며, 즉시 퇴소하고 싶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퇴소 결정자는 가족(50.2%)이라는 응답이 본인(18.4%) 보다 월등히 높았다.
 (후략)
 -출처: http://bit.ly/2L3D2Vp
 
 #3-발병이 공포가 되는 건, ‘공포의 전염성’ 때문 아닐까?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발병한 증상은, 눈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 뿐 이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눈이 멀게 되면 매우 공포스럽겠지만 한 곳에 몰아넣고 감금해야 할 만큼의 목숨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눈이 먼 사람들을 감금하고 비인간적인 상태로 내몰았을까요? 군인까지 동원해서 말이지요.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 기사에서 언제부터인가 가해자의 병력(medical history)이 언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들은 그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거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강연장에서 만난 한 장애인은 장애인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달리는 댓글들(“정신병자들은 다 가둬버려야 해”을 보고, 맞아 죽을까봐 두려워 한동안 집 밖에 나갈 수 없었다고 했다. 내가 강연을 한답시고 “한국에서 장애인혐오는 그렇게 심하지 않잖아요”라고 말한 직후였다. ‘말이 칼이 될 때’ p. 3
 마치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발병한 백색증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처럼 특정 질병에 대한 병력(medical history)이 강력 사건 보도에서 거론되고,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은 마치 해당 병이 발병하면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인식하며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여과 없이 댓글로 표현합니다. 아무런 병력(medical history)도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범죄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인구학적 특성을 공유하는, 예컨대 30대 남성 또는 20대 서울 거주자 등을 모두 격리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데 말이죠.
 자신이 원치 않는 격리, 다른 사람 앞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목욕도 혼자 할 수 없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은 공간에서의 생활은 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10여 년 전, 장애인이 직면했던 처참한 현실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이 되는 2018년 정신장애인의 일상에서 다시 마주합니다.
 앞으로 10년이 흐른 뒤에 이러한 실태조사 대상자로 누가 자리 잡게 될까요? 10년 뒤 실태조사가 필요하지 않도록 특정 집단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언론에 의한 낙인찍기가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도록 관련 시설의 환경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 실태조사 결과보고 및 정책토론회에 다녀온 소감입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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