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후진 휠체어 사용자 KTX 이용 경험에 부쳐

 # 1-드디어 본다!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버스
 
 2014년, 시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고속버스 타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고속버스 탑승을 막았고 최루액을 난사하며 폭력을 행사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도 고속버스 타고 고향에 가자는 외침은 설과 추석 매해 명절마다 전국 각지 터미널에서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목: 내년 하반기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시외버스 도입…19일 시승행사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휠체어에 탄 채 탑승할 수 있는 고속·시외버스가 시범 운행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버스 개발모델의 시승행사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휠체어 이용자가 직접 탑승설비를 작동하며 안전성 등을 검증한다. -출처: 뉴스1
 
 2018년, 국토부는 시외이동권 보장에 필요한 저상 고속버스 시승식을 열겠다고 밝혔고, 그 자리에 함께 하기 위해 광주에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활동가 2인과 함께 서울에 갈 준비를 했습니다.
 
 # 2-평일이지만 명절 같은, KTX 예매 전쟁
 
 하지만, 고작 2대의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함께 타고 갈 KTX표를 예매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KTX 935석, KTX-산천 363석 중 전동휠체어 사용자가 이용 가능한 좌석은 딱 2석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KTX: 차량 내 좌석의 경우 특실은 1열 3석으로 127석, 일반실은 1열 4석배열로 808석으로서 총좌석은 1편성당 935석입니다. 간이좌석도 1편성당 30석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KTX-산천: 차량 내 좌석의 경우 특실은 1열 3석배열로 30석이고, 일반실은 1열 4석배열로 333석으로서 총 좌석은 1편성당 363석입니다.
 간이좌석은 1편성당 13석이 별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출처: 코레일
 
 2시 일정에 맞춰 점심 시간을 생각해 10시 36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하려 했지만 이미 누군가 전동휠체어 좌석을 예매한 상태라 11시 25분 출발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누군가는 매진된 휠체어석을 확인하고 다음 기차 시간을 알아봤을지 모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매번 기차표를 예매할 때마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명절에 표 예매하듯 사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그 말처럼 늘 한가위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뜻과 달리 즐겁고 행복하지 않은 현실이지만요.
 
 # 3-리프트가 없어 KTX를 놓치다.
 
 승차할 때 필요한 리프트를 확인하려 매표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마지막 한 사람이 전동휠체어를 끌고 도착했습니다. 매표소 앞에 서울에 함께 올라갈 휠체어 사용자 두 명과 활동지원사 한 명 그리고 저까지 모두 모였고, 매표소 직원에게 승차권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폰을 건넸습니다.
 
 -리프트 신청 하셨어요?
 -표 예매할 때 휠체어 좌석이라고 말했는데 무슨 신청 말씀이세요?
 
 출발 시간까지 10분가량 남은 때라 우선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승강장에 먼저 내려가도록 했습니다. 승차권을 확인한 매표소 직원에게는 내려가 있을 테니 리프트 설치를 전달해줄 것을 말한 뒤였습니다.

 플랫폼에서 KTX가 도착하는 것을 보았지만 승차에 필요한 리프트를 지원할 역무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승강장에 내려와 있는 직원이 있을까 뛰어다니며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출발 시간까지는 2~3분밖에 남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KTX 안에 들어가 봤지만 안내 방송만 들릴 뿐 승무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114에 전화했고 송정역 연결을 부탁했지만, 전화는 코레일 고객센터로 연결되었습니다.
 
 그렇게 11시 25분 KTX는 승차에 필요한 리프트가 제공되지 않아 우리 눈앞에서 허탈하게 떠났습니다. 다시 매표소로 갔고, 리프트가 제공되지 않았던 것에 항의했고, 곧바로 있는 11시40분 기차표를 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매표소 직원은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시 이후에 있는 기차편을 타라고 했고, 불편함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11시40분 표를 끊어 달라고 요구했고 앞서와 같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먼저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11시25분, 리프트가 없어 우리 앞에서 떠나버린 기차의 차표 환불은 수수료를 뺀 차액만큼 환불된다는 말에 항의했고, 표를 가지고 오면 창구에서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답을 듣고 급히 뛰어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11시40분 기차는 시간이 촉박해서 못 탄다는 창구 직원의 엄살과 달리 일행은 이미 승강장에서 열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4-시외 이동, 늘 명절처럼 살 순 없다!
 
 이 글이 지면에 실릴 9월19일 오전, 아마도 11시40분 기차를 타고 있는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저상 고속버스 시승식에 참여하고 있겠지요. 시승식을 통해 선보일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는 고속버스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리라 생각합니다. 벅찬 감동만으로 채워질 수도 있을 그 자리, 하지만 어처구니없게 타지 못한 KTX와 예약이 경쟁인 이번 경험이 겹치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을 듯합니다.
 
 예약과 동시에 출발역에 통지되고, 출발 시간에 맞춰 승/하차를 지원할 직원이 승강장에 배치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요? 만약 어렵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탈 때마다 명절처럼 표 예매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될 만큼, 내일 선보이는 휠체어 승객 승/하차 가능한 고속버스가 충분한 좌석과 차량이 운행되길 바랍니다. 휠체어 사용자임을 확인하고 표를 끊었음에도 승차 시간에 맞춰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이없게 탈 차를 보내는 일이 더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연계 시스템은 갖춰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좋은 의미에서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에 기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한가위, 2019년 추석 때는 가능할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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