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이어지는 장애학생 폭행 사건에 부쳐
더 많은 이들과 `장애학’함께 공부할 수 있기를

 # 1-여전한 ○○판 도가니

 “말하느니 한 두세 대 때리면 또 말을 들어. 그게 낫지 않냐”

 “만날 때리니까 질려, 지겨워 죽겠어”

 “(폭행) 그건 본능이야. 화나서 때리는 건 사람 본능이야. 이건 참느냐 아니냐니 차이지.”

 장애학생을 폭행한 특수학교에 배치된 어느 사회복무요원이 했던 말 중 일부입니다. 유튜브에서 확인한 폭행 장면은 보는 내내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20세기 특수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나 경험했던 일들이 21세기 시작되고 강산이 두 번 가까이 변하도록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메스꺼웠습니다.

 인터넷이 없고, 포털 사이트도 없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일까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와 삽시간에 전파되는 SNS가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판 도가니’란 이름이 붙은 장애인 대상 폭행 사건이 더 많아 보이는 걸까요?

 폭행이 없다면, 뉴스도 SNS를 통해 퍼질 소식도 없겠죠. 전해지는 ‘속도’는 달라도 장애인에 대한 폭행은 ‘여전’하고, 장애인을 대상화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속을 뒤틀리게 했습니다.
 
 # 2-언제까지 ‘개인’의 문제로 만들 거야!!

 장애 학생은 그/녀들만 모인 ‘특수학교’로 보내는 게 당연하다는 상식은 11년 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낡은 것’이 된 줄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는 게 좀더 솔직한 말이겠습니다. 하지만, 강서구 특수학교 신축 반대를 목격하며 김칫국을 한 사발 들이키고 있었다는 것을 쓰리게 확인해야 했습니다.

 특수학교 대신 한방 병원을 요구하는 이들은 왜 그러는지 보다 분명해 보였습니다. 땅속에 계실 허준 선생까지 불러내며 그들이 특수학교를 반대했던 것은 분명한 ‘경제적 이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저는 이해되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집 근처 학교가 아닌 ‘특수학교 신설’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장애학생의 ‘교육’지원 인력이 부족해 ‘사회’복무요원에게 장애학생을 떠맡기고, ‘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일반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특수학급에서 특수학교로 떠밀리는 상황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 10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라는 게 납득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습니다.

 노오오오력이 강조되는 시대, 장애학생과 그 이들의 부모님 그리고 학교 현장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들까지 모두들 ‘개인’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덮어 쓰고 있는 2018년이라 생각됩니다.
 
 # 3-장애학, ‘개인적 고뇌’를 ‘사회적 문제’로 해석해낼 렌즈

 ‘장애인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며 차별을 감수하던 시간은 지났습니다. 이제 차별 받은 ‘개인’이 아니라 폭행과 같은 차별을 한 ‘개인’에게로 화살이 겨눠지고 있습니다. 특수학교 신설에 반대하는 주민이나 장애학생을 마구 폭행한 사회복무요원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폭행의 피해자든 가해자든 여전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2018년 현실입니다. 한편으로 ‘이게 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 문제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 사회의 무엇이 문제인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학은, 장애인에게 벌어지는 숱한 차별과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게 장애의 ‘사회적 모델’이란 렌즈를 제공해줍니다. 한편으로 ‘이게 다 사회적 문제’라고 두루뭉술 얼버무릴 이야기를 ‘토론’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합니다. 장애학과에 입학하고 두 번째 학기를 지나는 지금, ‘장애학’의 랜즈는 제게 그런 시야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특수’와 ‘치료’가 여전히 힘을 가진 2018년, 장애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해석해낼 ‘장애학(Disability Studies)’를 함께 공부할 이들이 광주에서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D-3, 일주일에 단 하루 집중적으로 ‘장애학’을 공부할 수 있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모집 마감까지 꼭 3일 남았습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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