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생각했고 생각하다가 나름의 답도 찾은 것 같아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였어요.
내 속마음을 말하면 엄마 아빠가 나보다 속상해 할테니까
내 속 얘기 같은 거 다른 사람에게 하게 되더라도
결국은 그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내가 너라면 내가 너의 상황이었다면 너처럼 웃지 못했을 텐데 대단하다.
너보다 힘든 사람 많아 너보다 더 아픈 사람 많아
그래도 그 사람들도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다들 잘살아
물론 힘들겠지만 니가 아픈 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너보다 더 많이 아프고 힘든 사람 생각하면서 살아 욕심부리지 마.
조금만 참아 조금만 기다려.
성장하고 나이 드는 동안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인 것 같아요.
말수도 없고 말주변도 없는 제가 답답했을 거예요.
제 얘기를 묻고 들어주는 사람은 늘 달랐지만
그 많은 얘기들 끝에 다다른 결과는 늘 같은 말이었어요.
‘너 아픈거... 니가 다른 사람이랑 다른거
너한테 장애 있는 거 그거... 오래됐으니까 이제 괜찮지?
이제 그런 걸로 힘들지 않지? 어쩔 수 없잖아 받아들여’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은 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은 거고
저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웃는 얼굴이 보기 좋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으니
그저 속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렇게 웃는 것 밖에 달리 방법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랬나 봐요.
시간이 갈수록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묻혀 지는 말들만 늘어나서
불쑥불쑥 눈물이 늘고 혼잣말이 늘었던 이유 말이에요.
할 수 있는 말이 괜찮다는 것뿐이었어요.
그 시간이 흐르고 쌓여서 사춘기라고 우기기도 민망한 이 나이에도
이렇게 다 늦게 뒷북치듯이 물 먹은 솜 마냥 무겁고 아파질 줄도 모르고…
참 바보 같죠?
미세먼지에 찬바람에 감긴가 싶어서 병원 갔더니 감기는 아닌데 면역력이 약해졌대요.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건 본인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는 거라고 의사선생님이 말씀 하시는데
뭐라고 딱히 대답하거나 반박할 할 말이 없더라구요.
‘내가 내 병을 만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늘 괜찮다고 했지만 별로 괜찮은 적이 없었다는 것 사실은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
생일, 명절, 제사
오랜만에 보는데 요즘 뭐해?
별 뜻 없는 질문인데
별 뜻 없고 상처 줄 의도 같은 건 더더욱 없다는 걸 너무 분명하게 알고 있는데도
뭐라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떤 얘기를 해도 그 얘기를 어떻게 풀어도 결론은 제가 갖고 있는 ‘장애’로 이어진 다는 것
그게 참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잘해도 못해도 뭘 어떻게 해도
그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쓰이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도
저와 다른 그 사람들에게 결국 장애는 평생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남의 일 이었으니까요.
안 괜찮아요.
되게 속상하고 되게 마음 아파요
나보다 더 아프고 더 힘든 사람 많은 거 나도 아는데
나도 지금 되게 많이 아프거든요. 되게 많이 힘들어요.
나보다 힘든 다른 사람 생각은 좀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그러면 나쁜 건가요?
성장하고 변화하는 속도가 모두 다르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사실 나 지금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마요.
은수
이제 그만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기를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말 한마디에 신중하려 노력하지만
후회도 많이 하는 고민 많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