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7월호 나와

“먹빛처럼 어두운 시절… 어김없이 만나는 초록사태가 서럽다.”

그래서 초록이 깊을대로 깊어진 이 때 전라도닷컴 7월호의 주제는 ‘초록’이다. ‘초록의 힘’에 기대 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초록을 짓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구례 상사마을의 이틀간의 기록에서는 너른 들에 초록을 짓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모판을 옮기고 모를 심고 산수국을 심는 일이 한창이다. 때를 맞은 농부들의 노동은 끝이 없다. 시기를 놓치면 초록은 없다. ‘시골에서의 모든 일들은 오늘 해야 할 일’일 뿐 내일로 미룰 수 없다. 그 중 여성들의 노동은 초록처럼 질기다. 남성들은 장비를 움직이지만 여성들은 온전히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다. 들판의 초록 뒤에는 그들의 노동이 있다.

초록의 근원을 쫓아가니 한 ‘손’이 있다. 정책을 결정하는 높으신 관료들의 매끄러운 손이 아니다. 주름지고 상처난 손, 장수 번암면 도장마을에서 씨나락을 모판에 뿌리는 손이다.

무주 적상면 북창리 내창마을은 한뼘 땅이 간절해 ‘삐딱밭’에 초록을 일군다. 이 역시 숨이 턱턱 막히는 노동. 뿌린 참깨를 새들이 파먹어도 “즘생도 묵고 살란게 어짤 수 없겠지”하며 빈 자리 여유있게 때우는 마음이 초록을 닮았다.

맛으로 느끼는 초록이 있다. 영광의 모싯잎 송편. “삶은 모싯잎하고 쌀을 곱게 갈아서 천일염 넣어서 반죽하고 속에는 삶은 돔부(동부콩)를 통째로 넣고 쪼물락쪼물락 맹그”는 모싯잎 송편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눈도 즐겁다.

인간에게 품넓게 베푸는 초록의 얼굴과도 만난다.

강진 마량항 앞에 ‘초록으로 부풀어’ 오른 두개의 작은 섬 ‘까막섬’. 큰 까막섬, 작은 까막섬은 물고기도 키워내고 모진 갯바람도 막아주는 고마운 초록이다. 완도 대문리 모감주 나무 군락도 마찬가지. “이 숲 없으믄 농사도 못 짓어.” 마을 사람들은 숲의 소중함을 안다. 아이숲어린이도서관 관장인 정봉남씨는 ‘깊고 찬란한’ 장성 백암산 숲길을 걸으며 초록의 구성원들을 낱낱이 눈 맞추며 소개한다.

한켠에선 초록을 죽이는 이들도 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는 ‘4대강 살리기’가 ‘녹색’을 가장해 ‘불도저’를 끌어들이는 결국, 자본을 위한 개발사업임이 속 시원히 까발린다. 아무리 ‘녹색’으로 포장을 해도 그들의 허점은 곳곳에 드러난다. 예컨대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실린 글을 들여다 보면 정부가 구상하는 ‘녹색’이나 ‘4대강 살리기’의 실체가 보인다.

“수초가 우거진 생태하천변으로 다가가 물속으로 이어진 계단에서 발을 강물에 담”그고 “강 위에는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 수륙해안을 복합적으로 이용하는 신종 그린X스포츠를 즐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부”시고, “전국의 강변 곳곳에 자전고 전용도로가 말끔하게 닦여”있고 “유스호스텔과 피크닉장도 있”다.

김 기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두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공원을 만들고 갖가지 도로를 뚫고 온갖 건물을 짓고 곳곳에 댐·보를 설치하는 대규모 토목공사”이며 “강을 강답게 되돌려 물이 제대로 흘러가고 많은 생명이 어울려 살도록 하는 공사가 아니라 통째로 관광지화하고 강물을 관리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자본을 위한 개발 사업”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로 포장한 토목·건설 사업의 이득은 자본에게, 그것도 독점자본에게 대부분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 책장에 푸른 싹을 틔우는 등 싹 튀우는 김주연 작가, 푸른 대숲을 찍으며 ‘공즉시색 색즉시공’을 풀어낸 사진작가 라규채 씨를 만났고 큰 나무와 오래된 집이 있는 함평 모평마을과 ‘고기 박사’들만 모여있는 여수 서시장과 교동시장으로 길을 떠났다. 구독문의 062-654-9085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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