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름 썼지만 일본식 학명 개정 과제

 오랜만에 무등산에 든다. 산은 염천에도 의연하다.

 어머니 산의 당당하고 넉넉한 품세에, 절로 세파에 눌렸던 마음이 펴진다. 산에 들 때 늘 이랬는데도 그 고마움을 잊고 산다.

 그 산자락에 처사의 풍모를 잃지 않고 지킴이를 하고 계신 형님도 간만에 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가 정말 지켜가야 할 것들’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여름에도 정자에 불을 넣었는지 온돌이 따스하다.

 사시사철 불을 땐다고 했다. 그래야 정자가 그 형태를 유지한다고 했다. 온나라의 한옥 형태의 유물들이 제 형태를 유지하려면 꼭 온돌을 달구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 하신다.

 구들에서 보일러로 바뀐 생활방식에서 이를 이해하는 세대가 점차 사라진다고 염려가 깊다.

 

 국립수목원 ‘우리식물 주권바로잡기’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온나라의 산천이 우리 것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나라의 소중한 자산인 우리 종자들을 제 것인냥 바꾸어서 되파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는 현실이다. 자본의 횡포가 삶의 터전을 뒤엎는데도, 제 삶을 갉아먹는 줄 모르고 산다. 주인이 주인답게 교육을 못 받아 제대로 된 주인 노릇을 못해서 그렇다고 울분을 나눴다.

 얼마 전, 이런 답답한 속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립수목원에서 ‘우리 식물 주권 바로잡기’를 통해 소나무를 비롯한 우리의 풀과 나무들에 대해 새 옷을 입혀 주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더 우리 것에 대해 바로잡아 우리 것을 제대로 대접하고 당당하게 섰으면 싶다.

 전 세계에 널리 쓰이고 있는 소나무(학명 Pinus densiflora Siebold et Zucc)의 영어명이 ‘재패니즈 레드 파인(Japanese Red Pine)’이다. 이 이름은 민족의 아픈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소나무 분포의 중심지역이지만 일본의 소나무가 서양인들에게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그렇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의 지휘 아래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에 의해 학계에 보고된 우리 자생식물과 나무들은 조선의 지배를 위해 한 것이기에, 이를 바로잡은 것에 대해서 더 반기는 것이다.

 먼저 소나무를 Korean red pine으로, 벚나무를 Oriental flowering cherry로, 마을의 들머리를 지키던 느티나무를 Saw-leaf zelkova로, 쑥을 Ssuck, 냉이를 Naeng-i로 재검토하여 고쳤다. 자생식물 4173종의 영어명을 새로 지어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우리 것이라 알리는 단초를 연 것은, 역사의 잔재를 다 쓸어낸 것 마냥 고맙고 반갑다.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쓰는 학명은 1종의 식물에 1개의 이름만 붙여진다. 학명은 국제식물명명규약에서 먼저 부친 사람의 선취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먼저 명명된 이름을 바꿀 수 없다. 학명에 비해 일반명은 각 나라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식물에 붙여 부르는 이름을 통칭하며 1종의 식물에 다수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학명과 달리 일반명은 선취권이 없어서 사람들이 자주 부르고 써서 널리 알려지면 인식 속에 고착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일반명은 식물이 분포하는 지역, 모양을 떠올릴 수 있는 단어, 식물의 특징적 색깔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돼 쉽게 연상할 수 있고 외우기 쉽다고 한다.

 

 저 들에 푸르른 조선 소나무 되길…

 

 특히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닮았다.

 나라와 민족을 표상하는 나무로 우리 민족이 누구나 동의를 할 수 있는 나무가 소나무다.

 새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들 학명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잡을 것이 이 뿐만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시 되찾아올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의 삶을 상징하는 소나무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좋다.

 이제 제대로 역사의 주인으로서, 나라의 주인답게 흔들리지 말고 가자.

 저 들에 푸르른 조선의 소나무가 되자.

김경일(푸른광주21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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