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나 빨갛게 달려 있는 감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감나무마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다. 감나무 그 따뜻한 주홍빛만 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른 과일에 밀려 별로 인기 없는 과일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감나무가 있는 집이 부러웠고 감 하나의 존재가 더없이 귀했다. 특히 농촌의 감나무는 어느 나무보다도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로 사람의 땀을 식혀주고, 막걸리를 먹으며 ‘고시레’하며 막걸리 한 잔을 감나무에 부어줬다. 비록 나무이지만 한 가족으로 교감하며 관계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감나무는 주렁주렁 맛있는 감으로 주인에게 보답한다. 딱히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 감나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늦은 봄 감나무 밑에서 떨어진 감꽃을 주워 풀줄기에 꿰어 목에 걸기도 하고, 약간 떫지만 감꽃을 먹기도 하였으며 떨어진 땡감을 먹고 입안이 떫어 하루 종일 함박만 해져 있을 때도 있었다.

 

 가족으로 교감하며 관계 맺음

 

 흔히 사용하는 ‘감쪽같아’는 감과 관련된 순우리말이다. 감나무에 가지를 접붙이면 티가 나지 않게 잘 붙는 데서 온 말로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아무 표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감나무에 열린 감을 한 입 배었다가 입 안이 떨떠름해진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맛이 떫은 감을 ‘땡감’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조금은 생소한 ‘감또개(감똑)’는 꽃과 함께 떨어져 버린 어린 감을 의미한다.

 감나무는 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경기도 이남에서 과수로 널리 심는다. 키는 14m까지 자라며 수피는 회흑갈색이고 어린 가지에는 갈색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가죽처럼 질기며 길이 7~17㎝, 너비 5~10㎝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조그만 꽃병처럼 생긴 꽃은 황백색이며 5~6월에 잎겨드랑이에 핀다. 열매는 10월에 주황색으로 익는다.

 감나무는 보기에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용도는 무엇보다도 먹음직스런 과실에 있다.

 감나무의 학명은 디오스피로스(Diospyros)인데, 여기에서 디오스는 신이란 뜻이고 피로스는 곡물이란 뜻이니, 서양에서도 과실의 신이라 할 만큼 훌륭히 여긴 것 같다. 가을에 단단한 생감을 잘 저장해 두면 더욱 붉어지고 맛은 더욱 달콤해져 먹음직스런 말랑한 감이 되는데 이를 두고 홍시라 부른다. 감이 지니는 떫은맛은 타닌 성분 때문인데 가을이 되면서 타닌은 굳어지기 시작하여 갈색 반점이 되고 이 반점이 많아지면서 떫기만 하던 감이 다디단 단감이 된다. 또한 감을 이용하여 식초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감나무 쓰임새가 다양하다. 감물을 들여 만드는 갈옷이 있는데 풋감을 따서 으깨어 즙을 낸 후 사이사이에 넣어 오래 주물러 물들이고 햇볕에 말리면 갈색이 짙어지면서 빳빳해지는데 이것으로 옷을 지어 입는다. 감나무는 심재가 굳고 탄력이 있으며 빛이 검어 흑시(黑枾) 또는 오시목(烏枾木)이라 부르며 양반 집안의 귀한 가구재로 쓰였고 활을 만드는 촉목으로도 높이 쳤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나무”

 

 이렇게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살아온 감나무를 두고 감나무의 칠절(七絶)이라 하여 칭찬하고 있는데 첫째로 오래 살고, 둘째 그늘이 짙으며, 셋째 새가 둥지를 틀지 않고, 넷째 벌레가 생기지 않으며, 다섯째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맛이 있으며, 일곱째 그 낙엽이 훌륭한 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이로운 나무라는 뜻이다. 그 외 감나무는 잎이 넓어 글씨 연습하기 좋으므로 문(文)이 있고,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 재료가 되기 때문에 무(武)가 있으며, 열매의 겉과 속이 똑같이 붉어서 표리가 동(同)하므로 충(忠)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치아가 없는 노인도 홍시를 먹을 수 있어서 효(孝)가 있으며,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까지 열매가 가지에 달려있으므로 절(節)이 있다 하여 문무충절효(文武忠節孝) 감나무의 오상(五常)이라고 했다.

 또 목질은 검고(黑), 잎은 푸르며(靑),꽃은 노랗고(黃),열매가 붉고(赤),말린 곶감에는 흰 가루가 나오므로 이것을 일러 감나무의 오색(五色)이라 불렀으니 그 관심과 사랑을 짐작할만하다.

 오랜 옛날 우리나라에 들어와 긴긴 세월을 우리 민족과 함께 지내 왔고 우리 문화에 함께 섞여 자랐으니 누가 뭐래도 감나무는 우리의 나무이다. 감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란다. 감나무의 잎이 다 떨어지기 전 감나무 잎의 단풍도 일품인데, 붉지만도 노랗지만도 않은 감나무 단풍은 들기 시작하면서 여려 가지 색깔이 나타나 한 나무 잎에서 온갖 가을의 색을 모두 구경할 수 있다.

김양근 <광주문화재단문화관광탐험대·숲해설가·나무병원 杏林>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