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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나들이]겨울 산 참맛은 환한 눈꽃
설연수
기사 게재일 : 2016-01-27 06:00:00

 온화한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기에 겨울이 이대로 끝나려니 했는데,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다. 겨울이 어찌 순순히 물러가랴. 기어이 흔적을 남기고 가겠다며 한파와 폭설을 몰고 왔다. 이 순간을 위하여 아껴두었던 힘을 쏟아 부으려는 것일까. 겨울이란 이렇다는 듯 몰아붙이는 기세에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다.

 겨울에는 추위도 눈도 당연한 일인지라 어느 정도 감수하겠지만, 정도가 심하면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도로는 폭설로 막히고 사람들은 빙판에 넘어지고 상수도나 시설물이 동파되거나 붕괴되는 일을 겪게 되면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게 겨울이려니 생각하며 흩날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으면 몸은 더욱 오그라들게 된다. 잔뜩 웅크린 채 이 겨울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막상 눈보라가 그치고 난 뒤에는 생각이 달라진다. 눈보라가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세상의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환상적일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서는 역시 불편함이 따르게된다.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는 산에도 눈이 쌓여있다. 도시인에겐 산속이란 일상생활과 무관한 곳이니, 생활의 불편함없이 겨울의 참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얀 눈이 쌓인 산으로 향한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얀색 천지다. 나무도 들도 계곡도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겨울산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풍경까지도 보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능선이 보이고, 녹음에 가려졌던 숲속 깊은 곳의 계곡이나 바위도 볼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눈이라도 쌓여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나무며 바위며 등산로까지 점령한 하얀 눈을 보면서 사각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다보면 신선이 사는 세상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겨울산의 백미는 역시 눈꽃일 것이다. 가지마다 빽빽이 붙어있는 흰색의 알갱이들이 빛을 반사할 때면 주위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빛난다. 나무 밑은 황홀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하얀 색 하나만으로도 경이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신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눈꽃을 보지 않고는 겨울 산의 참맛을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눈꽃은 향기도 없고 부드러운 질감도 없다. 차디찬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설탕 덩어리라도 붙어있는 양 달콤하게 보인다. 한 입 베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들만도 하지만, 알 수 없는 경외감에 사로잡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눈꽃은 온몸에서 피어난다. 온화한 계절의 꽃은 꽃봉오리에서 터지지만, 한겨울의 눈꽃은 꽃눈이 필요 없다. 눈보라를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에서든 피어난다. 온몸에서 퍼지는 흰빛이기에 더욱 환상적이다.

 눈꽃은 부드러운 눈송이가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부드러운 바람결로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거센 눈보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눈꽃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그 태생이 거칠고 험한 환경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오점 하나 없는 흰빛으로 빛나기 때문일 것이다.

설연수 < 병영우체국장, 숲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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