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치마 뒤집어지듯 고운 자태

 여기 저기 바람이~~

 꽃바람이 불어온다.

 복수초와 바람꽃과 매화꽃들이 숨가쁘게 피고 질 때,

 저 깊은 골짜기

 졸졸 흐르는 물가에 보랏빛 그녀들이 모둠지어 기다린다.

 얼레지는 잎이 얼룩덜룩 무늬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순 우리말 이름이다.

 백합과의 얼레지속이며 우리나라 각처의 산 속 비옥한 땅에서 자란다.

 반가운 마음에 보고 싶어, 새벽부터 가서, 앉아 있을 필요는 없다.

 숲속에 빛이 들기 시작해야 밤새 오무렸던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듯이, 황진이가 치마를 뒤집어 쓰듯이, 뒤로 활짝 젖혀져 있는 꽃잎을 만나게 된다.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몸살 나게 뒤집어져 바람난 여인으로 불리는 걸까 ?

 그렇게 수줍게 아래만 바라보던 꽃들이 말이다.

 `얼레지’

 속명(Erythronium)은 붉은 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erythros에서 유래 되었으며, 종속명(japonicum)은 일본에 분포한다는 뜻이다.

 얼레지는 10~20cm 길이의 비닐줄기 끝에 3·4월에 꽃이 핀다.

 아래 꿀샘을 두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세 갈레로 갈라지고 화피가 6장이다.

 꽃 치마 속에는 W모양의 암자색 줄무늬가 모여 또 다른 꽃송이처럼 보인다.

 활짝 재켜진 꽃잎 속에 가득 찬 꿀샘을 자랑하는 모습이 바람난 여인을 연상하게 되었으리라….

 숲 속이 초록으로 우거지기 전 6월이 되면 삭과의 열매가 맺는데, 씨앗에서는 개미의 애벌레와 비슷한 냄새를 가진, 엘라이오솜(Elaiosome)이란 물질이 들어 있다.

 씨가 땅에 떨어지면, 개미가 씨를 옮겨 퍼뜨린다. 꽃들의 영악함에 놀라울 일이다.

 인위적으로는 5월 말경에 채취한 종자를 곧바로 파종하면 이듬해 봄에 발아 한다.

 4월경에 싹이 한 장의 잎이 나고 터, 5월 말경에 휴면에 들어가서 지상부가 고사 하며, 인경은 해를 지나면서 매년 밑으로 들어가면서 깊이 자라므로 분주는 불가능하니, 혹여 산채는 금할 일이다.

 충분한 영양분이 확보가 끝나면 잎이 2장 내밀 때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종자가 발아하여 개화기까지 5~6년이 걸리는 기다림의 식물 `얼레지’.

 비늘 줄기에서 녹말을 뽑아 사용하기도 하며 구황식물로 사용했다고 하나 독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바라만 봐도 힐링되는 식물, 화려한 `얼레지’ 꽃동산을 찾아 시 한 수 읊으며 떠나볼 일이다.

 

 얼레지의 봄날은 간다/이정자

 

 저기, 지나가는 여자를 놓고

 허리 상학이 발달한 여자,

 허리 하학이 발달한 여자, 운운하며

 사내 몇 몇이 나른한 봄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그렇게라도 시시덕거리지 않으면 봄날은 못 견딜 일인지

 제 그림자를 지우며 멀어져가는 벚나무 아래서

 형이상학도 형이하학도 제 안에 다 품고 있는 듯한

 꽃, 얼레지가 생각나는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면서 여자 치마 뒤집어지 듯 뒤집어 진다고

 꽃말까지 바람난 여인이라니!

 이유 있는 반란이라면 서슴치 않는

 요즘 꽃들이 제 아무리 화끈하다 하여도

 바람은 아무나 나나

 얼레지는 피어 나는데

 무엇 그리 두려워 가시를 드러내며 살고 있는지

 한껏 꽃대로 밀어 올리며 살아도 좋을

 봄날이 속절없이 가고 있었습니다.

김미정 <광주생명의 숲/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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