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못 생겨서, 향기 좋아서…
그리고 향기 좋은데 맛은 없어서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 교목이다. 모과는 한자 이름 목과(木瓜)에서 나온 이름이다. 잘 익은 노란 열매는 참외와 같이 나무 참외라는 뜻이다. 누구나 모과나무의 열매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꽃을 보고 배꽃처럼 아름답게 여겨 화리목이라고 하고 화초목·화류목·명려·명사란 이름도 있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는 모과를 모개라고 한다.

 모과나무는 선입견과는 어울리지 않는 곱디고운 다섯 장의 꽃잎은 수줍은 새색시의 두 볼처럼 붉다. 꽃의 지름이 2.5∼4cm 정도이고 꽃잎은 5개, 수술은 20여 개, 암술머리는 5개로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거나 긴 타원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잎 표면은 광택이 있고 털이 없으며, 잎 뒷면의 털은 점점 없어진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가져서 그런지 모과나무가 있는 풍경을 언제나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

 모과나무의 원산지는 종소명 시넨시스(sinensis)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2000년 전부터 열매를 약제로 사용했다.

 모과는 처음에는 푸르스름하지만, 늦가을 서리가 내릴 때쯤이면 노랗게 익는다. 맛은 몹시 시지만 그 향기는 누구나 좋아할 만큼 달콤하다. 말린 것은 한방에서 ‘목과(木果)’라 하여 약재로 쓰인다.

 모과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게 쳐 준다. 재질이 치밀하며 광택이 있어 아름다운가 하면 다루기도 쉽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구재라면 자단(紫檀)을 드는데 이것은 남방에서 들여오는 것이니 좀처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대신 모과나무의 목재를 화류목 또는 화초목이라 하여 고급 가구재로 썼다. 모과나무로 장롱을 만드는데, 고전소설 ‘흥부전’에서 놀부가 동생 흥부의 집에서 가지고 오면서 이름을 외우느라 고생한 화초장이 바로 모과나무로 만든 것이다. 이밖에도 허리에 차고 다니는 긴 칼의 자루와 칼집 또한 이 화초목 즉 모과나무로 만들었다.

 연분홍색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오래될수록 껍질이 비늘 조각처럼 벗겨지는 수피도 운치가 있기 때문에 예전부터 정자목으로 많이 활용됐다. 청원 연제리의 천연기념물 제522호 모과나무를 비롯해 가까운 순창 강천산 앞쪽과 삼인대 사이에 모과나무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볼거리가 되고 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긋한 열매를 가진 모과나무는 도시와 농촌의 화단이나 공원, 들녘에서 사람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나무다.

 하지만 모과는 못생긴 과일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또한 예부터 사람들은 모과를 보고 세 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못생긴 열매를 보고 한 번 놀라고, 향기로운 향에 한 번 더 놀라고, 마지막으로 열매의 떫은맛에 놀란다는 것이다. 모과는 석세포로 되어 있어 과일이라고 하지만 생식을 할 수 없다. 이런 평가를 받는 모과지만 다른 어떤 과일보다 쓰임새가 많기 때문에 생김새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잘 익은 모과를 책상 위나 자동차 안에 두면 향긋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추운 겨울에 마시는 모과차는 감기 예방과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한다. 또한 소화기능을 돕기 때문에 설사나 구토 증상에도 좋다고 한다.

 모과나무의 붉은별무늬병은 Gymnosporangium asiaticum이라고 하는 녹병균의 일종에 의해 일어난다. 이 병원균은 모과나무와 향나무류 사이를 오가면서 생활하는 이른바 기주 교대를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매년 모과나무를 감염하게 된다. 그래서 모과나무 가까이에 향나무를 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오늘날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성형까지 하는 외모지상주의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지만, 못생겼어도 버릴 것 하나 없이 쓰임새가 많은 모과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겉은 화려하지 않고 울퉁불퉁하게 생겼지만 내실이 충만한 모과 같은 사람이 이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김양근 <광주생명의숲자문위원·광주문화재단문화관광탐험대·숲해설가·나무병원杏林>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