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는 타요버스.
 ‘꼼지락’을 사전에서 찾아보자. ‘몸을 천천히 좀스럽게 움직이는 모양’이라고 나올 것이다. 이 단어를 음미하면서, 이 기사를 게으름 피우며 쓰고 있는 기자의 나태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표현은 달에 첫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는 닐 암스트롱의 모습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처럼 ‘꼼지락’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나름 열심히, 그리고 조금씩조금씩 나아가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런 까닭에 꼼지락은 어쩌면 장애 당사자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장애로 인하여 굼뜨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는 꿈을 좇아 천 마력의 엔진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천천히 움직여도 그들의 감각과 욕구가 일반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장애인은 천사요, 무성이다. 사회가 그들의 감각과 욕구를 인정해주지 않음을 그렇게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포장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장애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면 장애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몇몇 장애 당사자 분들의 뜻을 모아 자조 모임 하나를 만들었는데, 바로 이것이 ‘꼼지樂’이다.

 

 장애 당사자 주체된 자조모임

 

 ‘꼼지樂’이라는 이름에서 어렴풋이 느껴지듯이 꼼지樂은 장애인 시민운동을 가열하게 벌이고자 만들어진 모임은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장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여러 활동을 조금씩조금씩 이끌어가는 가운데 즐거울 권리를 함께 누려보자는 데에 꼼지樂의 의의가 있다. 꼼지樂은 마치 장애 당사자들의 ‘무한도전’과 같은 것이다. 해야만 한다는 당위성보다는 하고 싶다는 열정이 ‘꼼지樂’에서 앞세우는 가치인 것이다.

 ‘꼼지樂’은 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정기적으로 모이고, 활동 계획을 세우고, 회비를 걷는 등 모임의 구색을 갖추었다. 5개월 동안 꼼지락꼼지락 달려오면서 인상 깊은 활동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꼼지樂 마라톤’일 것이다. ‘꼼지樂 마라톤’은 꼼지樂이 5·18 기념 마라톤에서 기획하고 진행한 퍼포먼스 마라톤이었다. 올해는 저상버스가 모든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버스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타요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동휠체어에 저상버스를 그려낸 타요버스 모형을 입혀 광주 시민들과 함께 마라톤을 달리는 것으로 저상버스에 대한 이해도와 보급률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꼼지樂의 진면목은 그런 퍼포먼스 캠페인을 선보인 것보다는 타요버스 설계에서부터 캠페인 문구를 포함한 꾸미기까지 장애 당사자들이 주도했다는 데 있다. 이렇게 준비과정에서부터 남다른 면이 있었기에 마라톤을 더 즐길 수 있었음은 물론 장애인이 수동적이고 수혜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님을 이 지면을 통해 말하고 싶다.

 

 휠체어에 저상버스 그린 후 마라톤 

 꼼지樂에서 머슴으로 활동하는 김모 회원은 꼼지樂 활동에 대해 소감을 묻자, “그 누구의 도움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마라톤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많은 점을 느낍니다”고 답했다. 꼼지樂의 비주얼 전 모 회원은 ‘유령 회원 없이 모임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그 바람대로 꼼지樂의 활동은 꼼지락꼼지락 더 활발해질 것이며 앞으로 더 감동을 주는 장애 당사자의 ‘무한도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하이킹 피크닉이 예정되어 있고, 내년 봄에는 제주도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예고되어 있다. 그리고 꼼지樂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 프로야구 경기에서의 시구·시타도 구상하고 있다. 꼼지樂의 여러 활동에 같이 꼼지樂거릴 분들에게 꼼지樂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끝으로 꼼지樂 마라톤에서 내걸었던 문구 하나를 이 기사의 맺음말로 소개한다. “우리도 지금 달리고 있습니다.”

조선남



나와 우리의 스토리를 담백하게 풀어가는 홀로 문객 조선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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