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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아무리 익숙해져도 차별은 차별
명절마다 진행하는 교통약자 시외 이동권 보장 활동들
다투고 충돌해야 취재 가치 있는 ‘그림’ 되는 것일까?
도연
기사 게재일 : 2017-10-11 06:05:01
▲ 지난 9월30일 광주 유스퀘어 버스터미널에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광주이동권연대회의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전을 진행했다.
# 1-추석맞이 버스타그램

 긴 명절 연휴를 앞에 두고 교통약자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과 선전전에 많은 취재를 요청 드린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좀더 즐겁게 시민들과 같이 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모인 터미널 공간인 만큼 짧게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고 이번에 선택된 아이템은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들의 프레임을 우드락에 입혀서 그럴듯한 틀을 만들고 장애인과 고령자를 포함한 교통약자도 함께 고속-시외버스를 타자는 의미로 ‘버스타그램(Bustagram)이란 이름도 붙였습니다. 함께 모여 만든 아이디어로 시민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 한편이 뛰었습니다.

 연휴 첫 날이 시작되는 9월30일 토요일, 예상을 넘은 참 많은 활동가들이 터미널 광장에 모였습니다. 미리 준비한 발언 내용을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고 시민들과 함께 할 버스타그램 사진찍기도 먼저 해보며 기자회견은 1시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어디로 떠나는 그 터미널에서 남아있는 우리는 함께 모여 그렇게 새로운 힘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 2-의미를 담지 못하고 사라진 카메라들

 연휴가 길었기 때문인지 터미널에는 사람들이 지난 설 명절만큼 많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취재를 나온 언론사 기자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애써 긴~ 연휴의 시작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보려 했지만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전전을 함께 준비한 어느 활동가가 전해준 “그거 맨날 하는 거라고 선배들이 가지 말라던데요?”라고 말했다던 어느 언론사 사진 기자의 말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관성적으로 되지 않도록 하려고 여러 고민들을 했던 것인데…. 아직 단 1대도 시외-고속 버스에 휠체어와 유모차를 탄 이들이 이용 가능한 버스가 없는데….

 딱 한 곳의 언론사만이 함께 한 기자회견을 마치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직접 버스표를 끊고 버스를 탔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담아 쓴 원고를 발음이 잘 안 되는 혀를 움직여 직접 낭독했던 기자회견 발언자들과 기꺼이 버스타그램에 함께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소재가 되었을텐데….

 한 컷의 ‘그림’을 담으려던 카메라는 사라지고 의미를 담으려는 기자가 남은 게 아니었을까?
 
# 3-되풀이 된다고 익숙해질 수 없는 일들

 선전전을 마치고 모두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려던 전동휠체어를 탄 활동가 한 명이 보도의 턱 때문에 골반이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틀이 지난 뒤 그 소식이 전해졌고 급히 입원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입원한 활동가는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붓기가 빠지지 않아서 수술은 연휴가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근육병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입원 기간이 훨씬 길 것 같다고, 연말연시를 병원에서 보내게 될 듯하다고 말하는 활동가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차별은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맨날 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차별은 누군가에게 있는 줄도 모르고 사는 공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쌓이고 쌓여 치명적인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문득, 지구 온난화 문제로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처럼 일상에서의 차별이 심각하니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가 생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처럼 차별 또한 장애인→이주민→여성→비정규직→고령자 등 그 대상을 달리하며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니 말이죠.

 다음 설 명절에는 ‘저상 시외-고속버스 승차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과 ‘의미’ 모두가 더해져 많은 기자들이 함께 할 수 있고 더 많은 시민들에게 소식이 전해질 수 있게 말이죠.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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