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마실 <1>
이미 깨끗한 손

 <하루를 나갔다 오면/ 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심으로는 내키지 않는 그 자와도/ 흔쾌하게 악수를 했다/ 이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스스럼없이 만졌다…>

 (황지우 ‘손을 씻는다’ 중)

 만져야 할 것들을 흔쾌하게 스스럼없이 만지는 손. 오늘 하루의 시간이 그 손에 거짓없이 새겨졌다.

 종일 토란대 껍질 벗기고 가르는 일을 그치지 않아 초록으로 짙게 물든 김오순(77·임실 덕치면 천담리 천담마을) 할매의 손.

 “토란대 한 관(4킬로)이 말리문 한 근이여. 일할 때는 산더미여도 말려노문 째까여.”

 산더미 앞에 굴하지 않고, ‘째까’에도 허망해 하지 않는다.

 “그럴 줄 알고 하는 일이여.”

 씻지 않아도 할매의 손은 이미 깨끗하다.

 오늘 내 손은 무엇을 만졌는가, 무엇으로 물들었는가.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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