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사랑을 ‘혐오할 권력’은 없다

▲ 18일 ‘퀴어 라이브 in 광주’ 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로 건너편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광주기독교단협의회 등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 1-덜컹덜컹 퀴어 라이브 in 광주

 퀴어 라이브 in 광주 행사를 위해 금남로 구 도청 인근 회화나무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비 소식으로 잔뜩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11월18일은 밝은 해가 떴습니다. 바람이 불어 좀 춥긴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동성애 반대’를 소리 높이는 이들이 세 곳에 집회 신고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내심 퀴어 라이브 행사를 깽판 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됐습니다.

 집회 신고를 내고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에 도착한 뒤 부스 진행을 위한 천막과 행사 진행을 위한 무대 차량을 배치할 때 아시아문화전당 시설 담당자라고 밝힌 이가 ‘차 빼세요’라며 제지해왔습니다. 경찰서에 집회신고는 물론 아시아문화전당 측에 수차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서 전달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한편,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장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진행하려는 이들과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생겨 행사는 예정보다 늦게 시작하고 일찍 끝내야 했습니다.

 당사자들의 발언과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퍼포먼스에서 외쳐진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절규가 마음을 눌렀습니다.
 
# 2-‘동성애 반대!’, 그렇게 외칠 힘(Power)은 누가 줬을까?

 퀴어 라이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설교하는 톤으로 말하는 방송차가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것 외에 딱히 이렇다 할 훼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동성애 반대!’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고 그 목소리들이 우리를 둘러쌌습니다. 경찰들이 친 경계를 넘어오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폭력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사랑이 제일이라는 종교에서 그 사랑에 반대할 권력은 누가 부여한 것일까?’

 ‘동성애 반대’를 합창하듯 외쳐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생각했습니다.
 
# 3-나쁜 정치, 참 나쁜 정치

 짧은 행진이 끝났고 긴 뒤풀이가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큰 충돌 없이 마무리 된 퀴어 라이브, 처음으로 열린 성소수자 직접 행동에 함께 했던 이들은 감동한 듯 보였습니다. 저 또한 가슴이 두근거렸고 오랫동안 마시지 않았던 막걸리와 맥주를 벌컥였습니다. 그렇게 벅차고 설렌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문서를 돌린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 누구보다 법에 대해 잘 아는 검사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를 자처했던 이가 그러고 있다는 게 어처구니없었습니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습니다.

 -‘혐오’와 ‘차별’에 기댄 정치는 ‘당선’과 ‘집권’ 그 자체가 재앙이다!

 기자회견문 중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한 문장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매일같이 노출되는 위계와 강압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무심히도 지나치는 이들이 합의와 동의에 따라 사랑하는 것에 대해 개헌을 막고 인권위법을 개정해서 사랑을 범죄로 놓아두고 차별을 진정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것에 허탈함이 느껴졌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퀴어 라이브 행사 당일 거리에 서서 ‘동성애 반대’를 소리치던 이들은 백 번 양보해 ‘저럴 수도 있구나’하고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권자로부터 권력을 이양 받아 정치인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아무 죄 없는 주권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차별과 인권 침해를 당한 주권자가 인권위 문조차 두드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일에 앞장서 움직이는 정치인이 ‘인권 변호사’였고 그런 일에 동조하는 정당이 인권의 도시 지역구를 싹쓸이해 차지하고 있다는 게 참 절망적으로 느껴졌습니다.
 
# 4-종교인들의 사랑, 성소수자들의 사랑

 -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 소개된 청룡영화상 수상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는 배우 나문희 씨의 한 마디입니다.

 -이성애자의 사랑도 축복합니다. 동성애자의 사랑도 축복합니다. 그 모든 사랑을 축복합니다.

 퀴어 라이브 같은 축제에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깽판 놓는 종교인들의 모습이 아닌 그 한 마디로 따뜻함이 가슴 깊이 전해지는 울림 있는 메시지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요“

 추운 겨울입니다. 손잡고 함께 걸으면 마음까지 따스함이 전해지는 이 겨울, 남녀노소 일반/이반 상관없이 모두가 사랑하는 이들과 손잡고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거리를 마음 편히 걷는 ‘인권의 도시’를 바라봅니다.
도연
 
 ‘도연’님은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장애인운동 활동가로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꿈 많고 고민 많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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