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낡아간다. 그 늙은 몸을 저도 늙은 벽이 버텨주고 있다.

 조말순(76·순창 적성면 석산리 도왕마을) 할매의 망태.

 “우리 영감이 맨들아준 것이여.”

 ‘이창협’이란 문패는 여전히 그집 앞에 붙어 있건만, ‘영감’은 세상 뜬 지 몇 해.

 생전에 할매한테 명품백을 사준 적은 없지만, 명품백을 직접 만들어 두고 가셨노니. 오로지 조말순 고객 1인을 위한, 이창협 장인의 헌정 백이다.

 “고사리 망태도 있고, 가리나무 망태도 있고, 망태가 가지가지여.우리 영감이 손이 야물았어. 망태도 맨들고 빗지락도 매주고 갈쿠도 맨들고 뭐이든 잘 맨들았어.”

 할매는 영감이 그립다는 말을 “그 ‘존 재주’가 참말로 아까와”라는 말로 대신한다.

 “저 망태는 봄이문 까끔으로 꼬사리 껑끄러 갈 때도 메고 가실이문 알밤 주스러 갈 때도 메고. 찔그라고 나이롱으로 맨들았어. 오래오래 쓰라고. 끈테기는 맨나 닳아진게 내가 자꼬 새로 쨈매고 쨈매고.”

 ‘콜라보’가 별거더냐. ‘영감’의 손길 위에 할매의 손길 보태져 망태의 정년은 자꾸 연장된다.

 “내 생전에는 쓰제.”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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