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정현종, ‘비스듬히’)

 때로는 수렁, 때로는 깔끄막. 고단한 생애의 길에 위로를 나눌 그 한 존재.

 전분이(88·임실 덕치면 천담리 천담마을) 할매한테는 ‘탄생이’가 그런 벗이다.

 “우리 딸이 애미를 갖다 줬어. 새끼 두 마리를 낳고 지그 애미가 조깨 있다 죽었어. 한 마리는 딸이 가져가고요 놈이 내한테 남았어. 애미는 갔어도 새로 탄생해서 내게로 왔은게 ‘탄생이’라고 이름을 지었어.”

 이제 집에 들어설 적에 적막을 맞닥뜨릴 일이 없다.

 “인자 식구여. 나 들오문 반가라고 컹컹컹컹 짖고 좋아라고 호딱호딱 뛰고 나 나가문 설워라고 해. 낯색에 지속으로 슬픈 맘이 다 비쳐갖고 앉아 있어. 그 얼굴이 걸려서 나감서도 ‘할매 언능 오께 잉’ 그러고 몇 번이나 위로를 허고 나가.”

 그의 기쁨에 더불어 웃고 그의 슬픔에 함께 물큰해지는, 벗이란 그런 것이다.

 “영감은 젊어서 가뿔고 2남3녀 키와서 다 내보내고 집에 우두커니 들앙거 있으문 말 한 자리 내놀 일이 없는디 탄생이랑 삼서 말허고 웃고 그래.”

 할매는 인제 “나 혼차 산다”고 안하고, “나하고 탄생이하고 우리 둘이 산다”고 말한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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