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무시 하나만을 데불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의 외출, 혹은 어느 날의 쇼핑. 한손엔 핸드백, 한손엔 무시 봉다리.

 꺼멍비닐봉다리 속 무시의 자태가 하얗게 빛난다.

 읍내 나갔다 온 할매의 쇼핑 품목은 이리 단촐하다. 견물생심도 없이, 아무것에도 휘둘리지 않고.

 약 지으러 병원 갔다 오는 길, 박분이(79·순창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 할매가 사들고 온 거라곤 1500원 주고 산 무시 하나.

 “채지나 해묵을라고. 혼차 삐빌삐빌 비벼묵기도 좋고.”

 ‘혼밥’의 햇수가 이미 오래다.

 “우리 아저씨가 아조 조아, 온동네 인심 다 얻고 살았어. 자기 어매한테 그 아가씨하고 결혼 못하게 하문 죽어분다고, 기어니 나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결혼해갖고 한시상을 좋게 살았는디….”

 세상 뜬 지 몇 해, 할매의 밥상에는 이제 수저가 한 벌만 놓인다. 할매 혼자 앉을 밥상에 가을오도록 내내 올라올 채지가 지금 저기 무시로 놓여 있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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