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그 옛날 중국 사람 우공은 나이 90세에 집앞을 가로막는 태행산과 왕옥산을 옮길 생각을 하였다. 지게에 흙을 지고 발해 바다에 갔다 버리고 돌아오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내가 죽으면 내 아들, 그가 죽으면 손자가 계속 할 것이니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길이 날 것이라 하였다. 이 굿굿한 믿음에 두 산의 산신령이 상제에게 호소하여 결국 산을 멀리 옮겨주었다는 해피엔딩의 고사.

 섬진강 물굽이가 내려다뵈이는 구담마을(임실 덕치면 천담리) 이승재(84) 할아버지의 이야기엔 산신령도 상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이가 지게를 처음 진 것이 일곱 살 때였다. 그동안 지고 나른 것들을 쌓으면 동산 하나를 이루고도 남을 만할 것이다.

 이날평생 묵묵히 지게 앞에 무릎 꿇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의 짐은 오늘 지었다. 내일은 내일 몫의 짐이 있는 줄 아는 까닭이다.

 “아들이 여섯 딸이 넷, 10남매를 키왔어.”

 아버지의 자리는 그토록 무거운 것이었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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