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물굽이가 내려다뵈이는 구담마을(임실 덕치면 천담리) 이승재(84) 할아버지의 이야기엔 산신령도 상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이가 지게를 처음 진 것이 일곱 살 때였다. 그동안 지고 나른 것들을 쌓으면 동산 하나를 이루고도 남을 만할 것이다.
이날평생 묵묵히 지게 앞에 무릎 꿇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늘의 짐은 오늘 지었다. 내일은 내일 몫의 짐이 있는 줄 아는 까닭이다.
“아들이 여섯 딸이 넷, 10남매를 키왔어.”
아버지의 자리는 그토록 무거운 것이었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