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마실<3>
“밥 마니 묵어라” 또 그 소리

 밭두렁을 마당 평상으로 옮겨온 것인가.

 깻잎 물외 참외 가지 고추 상추…. 어매의 마음이 평상을 가득히 채웠다.

 큼지막한 푸대 자루에 다북다북 채워 넣고 그도 모자라 봉다리까지 얹었으니 이것이 바로 ‘공든 탑’.

 순창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 박순애(78)·김병수(81) 부부 댁. 오늘은 막내딸 영숙(46)씨가 모시러 와서 전주 병원에 가는 날이다. 막내딸한테 챙겨줄 보따리 보따리가 어매 아비의 외출 준비의 첫머리였다. 새복부터 밭으로 마당으로 종종걸음.

 뭐이든지 자식들한테 아낌없이 퍼줘야만 오지고 떳떳한 어매 본능의 발동이다.

 “시집온게 식구가 열야달이여. 시할머니 시할아버지 시어머니 시아버지, 요 냥반이 큰아들인디 성제가 아홉, 부모 잃은 친척애기들이 너이. 여그 산골에서 묵고살기가 아조 힘들었어. 자석들 밥도 지대로 못 믹였어. 끄니끄니마다 엔간한 집 대사여. 밥 한번 지을라문 샘베저고리가 다 젖어불어. 보리쌀을 두 확독썩을 갈문 낮에 밥이 또 없어. 돌아서문 밥을 또 히야 혀. 근게 애기들은 학교에 싸갖고 갈 밥이 없응게 점심을 굶고와. 저닉이라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가니. 가난헌게 놈 허는 짓을 못하고 살았어.”

 그래서 시방도 어매는 자식들이 집에 와도 “밥 마니 묵어라”, 자식들한테 전화가 와도 “밥 마니 묵어라” 소리를 노상 달고 산다.

 “근게 울애기들이 그래. 울엄마는 또 그 소리, 밥 마니 묵어라 그 소리.”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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