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고 근간에 인기를 모았던 방송이 있다.

 이것은 ‘알고보니 쓸모있는 신기한 잡화’라 해야 할까.

 일곱 살 적 아버지가 성주한 집에 65년째 살고 있는 박만주(72·순창 적성면 석산리 강경마을) 어르신네 담벼락 옆을 지나다 요상한 것을 발견했다.

 굴뚝 아래 숨구멍을 막고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

 “그 전에 물 떠 쓰고 헌 것이여. 하도 오래 써서 꾸지레헌디 깨지도 안헌 것을 버릴 수가 없잖여. 굴뚝 새로 올림서 거그다 딱 맞ㅤㅊㅘㅆ어. 요 바가치를 베니루로 싸서 딱 자리를 잡고 쎄멘을 볼른 담에 베니루만 제거헌 것이여. 손잽이도 있고 쓰기 좋잖여.”

 오래된 바가치를 활용, 굴뚝숨구멍마개를 제작한 과정 설명이다.

 “요 독은 바람 불문 날아갈깨비 너 논 거여.”

 굴뚝 옆엔 지푸라기와 노끈 뭉치를 꽁꽁 쨈맨 기다란 장대가 놓여 있다.

 “불질이 맥히지 안허게끔 끄시름 긁어내는 거여. 고래 쭈신다고 안혀. 쩌 끄터리까지 들어갈 만치 맨들았어.”

 재활용 정신이 빛나는 ‘굴뚝숨구멍마개 바가치’의 짝으로 손색이 없다. 대나무와 노끈을 활용해 역시 손수 제작한 ‘고래쭈시개 대막가지브러쉬’.

 필요한 것은 돈을 지불하고 구매한다는 당연한 습성대신 용도폐기될 물건에서 안성맞춤한 쓸모를 찾는 재미를 포기하지 않은 유쾌한 할배.

 어떤 이에게는 ‘알아두어도 쓸모없는 신경안써도 되는 잡식’일 뿐이겠지만, 매사 궁구하는 자세로 일상의 편리를 도모하는 할배네 집에 ‘박만주 쓸모연구소’라고 간판을 걸어드리고 싶어졌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