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오래된 마을에서 온 편지
섬진강 마실<3>

 창공의 별처럼 빛난다. 창호문 방충망에 난 작은 구멍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빈틈없이 메꾼 정성.

 박대순(80·임실 덕치면 천담리 천담마을) 할아버지의 솜씨다.

 늘 울타리를 방비하고 가족들을 지켜온 아비의 습관이 이 째깐한 구멍에도 가닿았다.

 “이 냥반은 틀림없는 사람이여. 손이 야물아서 멋을 하든지 건성건성이 아녀, 뽄이 나.”

 아내 김오순(77) 할매의 칭찬처럼, ‘틀림없는 사람’의 한땀 한땀이다.

 “내가 꾸맸어. 남자여자 구별이 어디가 있어. 요새 시상에는 상관없어. 어디가 떨어져있으문 아무라도 본 사람이 몬자 하는 거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능 해불어야제 보라꼬 못 있어.”

 그리하여 어느 날 바늘과 실 챙겨들고 이 작은 구멍 앞에 골똘히 몰두했을 것이다.

 “모구장은 한번 해노문 오래 쓰제. 그전에 애기들이 맨나 밀고 닫고 하문 늘어나서 터진디 인자 그럴 애기들이 없응게 오래 가. 손지들이 삐약삐약 들랑날랑 시끌시끌할 때가 좋았제. 뭣보다 그 시절에는 나도 덜 늙고. 인자 손지들도 다 커분게 공부하니라고 엄청 바빠. 볼 새가 없어.”

 ‘기-승-전-자식과 손지’인 할배 할매들. ‘모구장’ 터질 일 별로 없는, 그마저도 적적함에 속하는 것이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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