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많은 물건을 두었다 해도 365일 날마다 시시때때로 눈길 닿는 지점은 시계가 걸린 자리.

 하여 시계 언저리에는 꼭 그리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가르침도 함께 걸리기 마련이다.

 나주 왕곡면 송죽리 박승천(83)·장인숙(81) 어르신댁. 높이 걸린 다섯 글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보다 중한 가르침은 뒤안에 차고차곡 쟁여둔 장작에 있었다. 이 장작을 쌓도록 어깨 위로 도끼를 들어올리기를 수백 번을 하였을 것이다.

 ‘해서 다르고 아니 해서 다르다’는 것을 아는 이가 이룬 시간의 축적. 오로지 발태죽 위에 발태죽을 올리는 몸공이라야 쌓을 수 있는 장작탑이 시계 아래 빛나는 말씀이었다.

 곡성 고달면 수월리 남자들한테 방아동은 욕심을 누르는 것을 배우는 곳이었다.

 “우리가 나무하러 댕긴 디가 방아동이여. 먼 디서도 나무를 하러 와. 옛날에는 산이 모다 벌거숭이였제. 남원에 송정면 세전리라고 있어. 거그는 나무 헐 디가 없응께 여그까지 오는 거여. 땔감나무가 없응께 풀이라도 비어갖고 가. 근디 집에까지 갈라문 거리가 먼께 심들어. 그런께 풀짐을 뭉꺼서 지게를 짊어질 적에 몬자 양쪽 귀를 잡고 일어나 봐. 양쪽 귀를 잡고 일어날 수 있어야만 집에를 간다 그 말이여. 무게를 미리 요량한 것이제.”

 고향에 다니러 온 김종복씨가 꺼내놓은 어릴 적 이야기. 수월리 고샅에 떠도는 어른들의 말씀은 한결같았다.

 “욕심 부리들 말고 살어라.”

 <밥이 쓰다/ 돈을 쓰고 머리를 쓰고 손을 쓰고 말을 쓰고 수를 쓰고 몸을 쓰고 힘을 쓰고 억지를 쓰고 색을 쓰고 글을 쓰고 안경을 쓰고 모자를 쓰고 약을 쓰고 관을 쓰고 쓰고 싶어 별루무 짓을 다 쓰고 쓰다/ 쓰는 것에 지쳐 밥이 먼저 쓰다>(정끝별, ‘밥이 쓰다’ 중)

 돈을 쓰기 위해 별루무 것을 다 쓰고, ‘별루무 짓’을 다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리하지 말라고, 죽비를 내리치듯 먹글씨로 써내려간 액자를 거셨나 보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 잃는 것이다>

 곡성 고달면 수월리, 어느 집 방문을 열고 만난 시계는 그리 중한 말씀 곁에 자리해 있었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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