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티브이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서 손경이 성교육 전문가의 ‘왜곡된 성관념’ 강연 관련 영상을 시청한 후 각자의 첫 생리경험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리하는 몸을 부정하고 숨겨야 했던 과거의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어쩌다 페미니스트 모임의 회원들은 이름의 끝자를 따서 영1, 영2, 림, 경, 남, 미, 슬, 리 입니다. 이번 글에 등장하는 회원은 영1, 영2, 리, 림, 남, 슬 등 6명입니다.
▲김생민 하차에 왜 송은이·김숙까지?
성추행 가해자인 김생민의 패가망신이야 자업자득. 동시에 ‘김생민의 영수증’이 폐지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김생민의 이름을 내세우긴 했지만, 송은이와 김숙이 프로그램의 주축이었기 때문이다.
-영: 김생민의 문제가 터졌는데, 왜 다른 연예인들이 하차를 같이 해야 하나요? 더욱이 해당 프로그램은 송은이가 제작자로서 참여한 것인데. 8월분까지 찍어 놓은 것이 송출도 안 되는 현실. 일 값도 받지 못했잖아요.
-리: 솔직히 그동안 성실한 이미지의 연예인이 10년 만에 떴는데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근데 막상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는 걸 보니 그걸로 하차가 될 만큼의 이슈가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요.
-영: 저는 남성사회의 하위라고 생각했던 김생민이 여성의 지지를 받아서 컸는데, 여성을 착취하고 위에 서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어요.
-리: 가해자들이 여성을 착취하는 관행에 대해 ‘모르고 해왔다’는 게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아요?
-남: 몰랐는데, 송은이랑 김숙이 여자라서 쉽게 피해를 받은 것 같은 느낌도 있네요.
-리: 김생민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생각은 하는데, 김숙과 송은이가 잃었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요.
-영: 사실 이 문제로 엄마랑 싸웠어요. 엄마가 피해여성이 김생민 뜨니까 돈 뜯어내려고 한 거 아니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엄마한테 ‘나라고 해도 이제 와서 얘기했다고 꽃뱀이라고 할거냐’니까 엄마는 ‘넌 왜 그렇게 말하냐’고 하셨어요.
▲“성별 ‘여자’로 분리되는 게 싫었다”
-림: 생리대 날개를 펼치는 걸 모르고 그대로 붙여 사용했어요. 정말 아팠죠.
-리: 저도 배운 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파서 봤더니 위아래가 접혀있었어요.
-영1: 초5, 봄 제가 흰색 나시 원피스를 입고 잤는데 침대가 다 피로 물들었어요. 화장실에 가서 놀래서 엄마를 불렀는데, 엄마가 “이제 우리 딸이 여자가 됐네”라고 하셨어요. 나는 당황스러웠는데, 엄마는 좋은 뜻으로 이 말을 하니까 충격이었어요.
-리: 저는 저 성별적으로 여자라고 분리 돼 있는 게 너무 싫었거든요? 여자를 약자로 생각해서 그런 거 같아요.
-영2: 초3때니까 너무 빨랐죠. 교회 갔다 왔는데 옷에 묻어 있어서 아빠가 알려줬어요. 아빠가 엄마한테 전화해보라고 하셨고, 엄마가 집에 와서 생리대 쓰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근데 “더 이상 키는 안 크겠다”고 하셨어요.
-슬: 어느날 동생이 “우리 누나 곧 생일이에요”라고 했는데 이걸 “우리 누나 곧 생리예요”라고 말한 줄 알고 때린 기억이 떠오르네요.
-리: 왜 생리대를 몰래 사야하지 이게 최근에 든 생각이에요.
-남: 생리대가 나와 있으면 부끄럽고 껄끄럽고.
-영2: 후배 중에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애가 있었는데, 물품 드는 게 힘든데 생리대 옮기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진열하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요.
-리: 그러고 보면 저는 22살까지 브래지어를 차고 잤어요.
-영: 제가 아는 한 친구는 브라를 한 번도 안 해본 적이 없어요. 24시간을 차고 있는 거죠.
-리: 여자라고 정의된 순간 브라를 해야 했어요.
<어쩌다 페미니스트>
‘어쩌다 페미니스트’는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우리의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렇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해 독자 여러분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