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서.
 지난달 9일 ‘어쩌다 페미니스트’의 아홉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최근 이슈 중 하나인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다녀온 회원이 있어서 관련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언론에서 비춰진 시위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고 하는데요. 왜곡된 진실이 왜 이토록 확산되고 있는지 고민해 봤습니다.

 이번 모임에 참여한 회원은 영, 영2, 리, 남 4명입니다.

 리: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다녀왔어요. 저는 그 자리가 너무 좋았습니다. 시위의 메시지가 확실했고, 수많은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대단했거든요.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하는 건 당연한데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대통령 혐오 표현”은 개인 발언일 뿐
 
 영: 저는 시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는데, 몇몇 표현들이 과격하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리: 시위에서 외치는 ‘재기해’와 ‘재인해’가 같은 맥락이라고 언론은 다루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모든 참석자들이 ‘재인해’를 외친 것도 아니구요. ‘재기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로 쓴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이날 시위에선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재기해’라는 표현은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사망 사건에서 비롯됐고, 이후 남성들을 향한 혐오의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던 겁니다. 문 대통령이 홍대 누드 몰카 사건 이후 불거진 편파수사 논란에 대해 “남성 가해자가 더 구속되고 엄벌에 처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편파수사를 부정한 데 따른 반발이었죠.

 논란은 뜨거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보고 죽으라는 뜻이냐’며 비판이 거셌습니다.

 리: 제가 직접 참석했으니 잘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물타기가 언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더라구요. ‘재기해’라는 표현은 발언자의 개인적 발언이었으며 시위 참가자들에게 ‘같이 외치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사들을 찾아보니, 제목으로 ‘문재인 재기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당황스러웠죠.

 남: 정현백 여가부장관이 시위에 참석해 개인적 의견을 작성했는데 이것도 논란이 됐어요. 시위를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아서 욕하더라고요.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해 나서는 모습이 좋아보였는데 말이죠.
 
▲ “여가부장관 참석, 여성 얘기 경청 바람직”
 
 영2: 저도 장관님이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주셔서 좋았습니다.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 신뢰가 갔어요.

 이날 시위에서 또 하나의 화제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혜화역 시위’ 현장을 찾았다 논란에 휘말린 것입니다. 정 장관은 시위 현장을 방문한 뒤 ‘여성가족부 장관’ 페이스북에 소회를 남겼습니다.

 “여러분들이 혜화역에서 외친 생생한 목소리를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성 혐오 발언이 나온 시위에 정무부처의 수장으로서 현장을 방문한 게 적절했는지 비판이 일었습니다.

 리: 시위에 참석했다는 게 혐오 표현에 동조하거나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잖아요. 장관이 공식일정으로 시위현장을 간 건 아니지만 여성들의 분노를 경청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마음으로 읽혔어요. 그런데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 구호를 같이 외쳤다고 단정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죠.

 영: 혜화역 시위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많은 논란과 이슈를 낳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동일범죄 동일수사’의 논조만은 흐려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는 ‘불편한 용기’ 주관으로 8월까지 4차에 걸쳐 이어졌으며, 5차 집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집회 2만 명, 2차 집회 4만5000명, 3차 집회 2만5000명, 4차 집회 7만 명이 운집했다.
<어쩌다 페미니스트>
 
 ‘어쩌다 페미니스트’는 이 땅의 여성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소모임입니다. 우리의 일련의 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그렇기에 많은 응원과 관심이 필요해 독자 여러분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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