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더불어<1>

▲ 사래 긴 밭이다. 쟁글쟁글한 뙤약볕을 머리에 이고 푸석푸석한 밭을 적시고 있는 김서운 할매. 순창 적성면 지북리.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습니다.’

 어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적 받은 성적표의 행동발달사항에 그런 글귀가 써져 있었더란다.

 그때부터 그 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주전자에 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떠다 놓는 사람’이 되려 하였다.

 품이 들어가는 일, 생색도 안 나는 일,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

 마치 굳은 맹세나 한 것처럼 그런 일을 거듭하는 사이 그 아이는 목마를 때 꼭 그 자리에 있는 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시방 어느 시암가에서 길어올리는 물 한 방울을, 어느 텃밭을 어느 들녘을 적실 물 한 줄기를, 생각한다.

 메마른 자리를 희망으로 바꾸는 물의 행로에 깃든 몸공들이 거룩하다.
글=남인희·남신희 ‘전라도닷컴’ 기자

사진=박갑철 ‘전라도닷컴’ 기자·최성욱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