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호작용한다. 이것이 없다면 저것도 없다는 비피무아. 비피무아를 의식하며 밥을 먹는다. 숨을 쉰다. 땅을 딛고 걸어본다. 내가 마시는 공기가, 내리쬐는 빛이, 음식이 새삼스레 고맙다. 이들이 하나라도 없다면 우린 바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삶은 좋고 죽음은 싫다. 슬픔은 싫고 기쁨은 좋다. 그러나 나는 부모님이 있기에 여기 있고, 태어났기에 죽음도 있다. 후회되는 과거가 있어야 기대하는 미래가 있을 것이며 나에게 미래가 있어야 언젠가는 과거라 불릴 나의 인생이 존재할 것이다. 슬픔이 지나고 맞는 기쁨이 큰 것처럼 모든 것은 중요하고 다른 무언가의 배경이 돼준다.

 결국 다른 것이 없다면 나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 비피무아인 것이다. 길고 짧음도 서로 비교해야 이뤄지며 못생김과 아름다움도 마찬가지, 모두 반대 되는 게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다.

 세상에 나밖에 없다면 내가 큰 건지 긴 건지 짧은 건지 못생긴 건지 아름다운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또 세상의 모든 것들이 실은 서로 의지하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이 근본적이라면 길고 짧음, 이런 기준과 척도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삶의 모순도 비피무아이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있어서 내려지는 결정이다. 만약 혼자이면 1등이지만 그와 동시에 꼴등이기도 할 테니까 말이다. 다른 것들이 없으면 나를 설명할 길이 없다. 세상 모든 말과 단어도 다른 것이 존재하기에 그 대조를 통해 탄생한다. 내가 나를 소개하기위해 말하는 성격과 취미, 나이. 나이는 삶과 죽음이 있어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취미는 수많은 사람의 좋아함과 싫어함이 달라서 이야기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비피무아다.

 어쩌면 1등만큼 꼴등도 위대하고 사람보다 흙이 더 소중하다. 1등도 1등을 받쳐주는 수많은 등수들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할 때 비피무아적 사고를 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것들이 내 배경이 돼 주어서 내가 존재한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예은<수완하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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