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또 가나 봐요.
 시간이 참 무섭게도 가네요.
 
 덥다덥다 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사이에서 고민했었는데
 찬바람에 문을 닫게 되고 언제 물들었는지도 모르겠는 나뭇잎이
 어느새 땅에 떨어져 있더라구요.
 
 어디가 아파요?
 다리는 얼마나 안 좋아요?
 다른 데는? 손은 괜찮아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사고에요? 날 때부터 그랬어요?
 언제부터였는지 왜 그랬는지 기억나요?
 
 땅에 떨어진 나뭇잎 같은 질문이었어요.
 저한테는 오래되고 익숙하고 흔해진 이야기였거든요.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다만 눈에 보이는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 할테니
 어쩔 수 없다 생각도 하고 이해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고 좀 씁쓸한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너무 오래되고 익숙해서 반갑지 않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들어왔던 말이지만
 똑같거나 혹은 비슷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 자리의 저는 매번 다른 사람과 함께였어요.
 신기하죠?
 
 대답…. 안 하면 안 되나요?
 
 시시때때로 불쑥불쑥 파고드는 질문에 대답하는 거
 대답 한 후에도 좀 더 자세히….
 ‘자세히’를 원하는 질문에 또 답하는 거
 사실 조금 지친 것 같기도 해요.
 
 나아질 거고 나아지는 중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말이에요.
 
 안될까요?
 혹시 너무 이기적인가요?
 
 그러다가 생각했어요.
 
 요즘 뭐하니?
 너 몇 살이지?
 남친은 있고?
 결혼 안하니?
 
 어떤 상황에 누구한테 듣건
 이래도 저래도 스트레스는 라는 명절 잔소리
 
 사실 그것도 어떻게 보면
 너무 오랜만에 봐서 어색한 탓에
 딱히 할말 이 없을 때(?) 꺼내게 되는
 대화의 소재거리 라고 하던데….
 
 나에게 늘 처음인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 질문들도
 혹시 그런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정확하고 명확하게 딱 맞는 대답이 필요한
 진짜 물음표가 아니라
 그저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 이라면
 
 이런저런 물음표 말고 걱정 말고
 그냥 건네기만 해주세요.
 
 잘 지내나요?
 나도 잘 지내요.
 
 안부 묻기!
 
 한마디로도 충분히 반갑고 고마운 일이 될 테니까요.
 
은수

 부탁인데 질문은 천천히 하나씩만!
 그냥 하는 말보다 못하는 말이 훨씬 많아서
 여전히 내 얘기가 어려운 꿈틀꿈틀 느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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