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부모 사이에도 악질범죄자가 나오고, 어떤 엄마는 아이를 자유롭게 방치해서, 어떤 엄마는 부모가 주도적으로 시켜서 서울대에 갔다고 하고, 어떤 엄마는 똑같이 방임했는데 나가서 싸움질이나 하고 다닌다며 후회하고 어떤 엄마는 너무 시켜서 애가 삐뚤어졌다고 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당장에 우리 집만 봐도 세 명의 형제가 똑같은 부모님께 자랐는데 세 명 다 성격이 다르다. 어릴 때부터 언니는 사교성이 좋고 활달했는데 나는 소심 그 자체였다. 유치원에서 벼룩시장을 열었는데 물건을 하나씩 내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아까운 것이다. 그래서 제일 안 아끼는 헌책을 들고 가서 안 팔리면 책이 버려질까봐 걱정되어 내가 다시 사왔다. 엄마는 내 가방을 열어보시고선 ‘놀랄 노자’였다고 하신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무렵 학원에서 반이 바뀌었는데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 생기셨고 안에 있는 친구들이 무서워서 그날은 수업을 못하고 집으로 간 기억도 난다. 그뿐인가 불량 식품을 사놓고 엄마가 하지 말라는 일을 했다는 죄책감에 포장을 열지도 못하고 불량식품을 놀이터에 묻어놓고 온 적도 있다. 그리고 스티븐 핑커의 본성론에 공감하는 게 쌍둥이 친구가 있는데 둘은 너무 다르다. 언니는 얌전하고 착해서 선생님들께서 “쟤는 부모님이 어떻게 키웠지?”라고 생각하셨는데 그때쯤 동생이 사고를 쳐서 같은 부모님이라는 것 때문에 놀랐다고 한다. 둘 다 나쁜 애는 아니지만 한쪽은 성실하고 화도 잘 안내는데 한쪽은 까불이에 입을 쉬지를 않는다. 분명히 날 때부터 같은 산부인과 , 같은 학교를 다녔을 텐데 이렇게 다를까 싶다. 이걸 보면 핑커가 ‘빈 서판’에서 주장한 이론이 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선생님을 보면 후천적 영향도 큰 것 같다. 그래서 예외도 있지만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유여람<화정중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