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민화
 꾀가 많고 재빠른 토끼. 지혜롭고 느린 자라. 이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최소 한 두 번은 만나본 그런 인물들이다. 그만큼 우리와 가깝지만 과연 우리는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그래서 오늘은 ‘토끼’와 ‘자라’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선 많이 알려진 별주부전, 토끼전을 중심으로 말해보겠다. 별주부전은 대표적인 판소리 다섯 마당중 하나이다. 바다 속 용왕의 간이 나빠지자 그의 충신인 자라는 간 치료에 좋다는 토끼 간을 찾으러 육지로 간다. 결국 토끼를 끌고와 용왕이 간을 꺼내라고 명령하자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고 꾀를 써서 도망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가볍게 보면 잘 알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그 당시의 사회를 풍자한다. 용왕은 무력한 왕을, 자라는 양반, 토끼는 유연한 평민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라는 매우 고지식한 면이 있고, 그에 반해 토끼는 틀에 박히지 않고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면을 본 것이 다 본 것은 아니기에 다른 이야기도 말해보겠다. 이번에는 거북이가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동네에서 달리기 대회를 하고, 그 대회에 거북이 참가하는 것을 우습게 여긴 토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항상 꾸준한 거북이가 결국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 토끼를 이겨 달리기 우승을 한 것으로 끝난다. 어떤 책은 거북이 우승 메달을 토끼에게 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건 생략. 이 이야기에는 토끼와 거북이 거의 뒤바뀐 느낌으로 나온다. 토끼는 자만하고 방심하여 원래 자리보다 더 내려가고, 거북은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목적을 향해가서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두 이야기 속 토끼와 거북은 공통된 관념이 있다.

 토끼는 꾀가 많아서, 임기응변에 능해서 위기를 탈출하거나 남을 살짝 얕보는 느낌으로 등장한다. 거북은 고지식하고 틀에 갇혀 있거나, 항상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결과적으로 지혜로운 역할로 등장한다. 아직 나는 ‘누가 더 낫다!’라고 확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나음’의 기준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토끼의 유연한 사고방식이나 거북의 지혜로움과 꾸준함은 좀 존경할 만하다. 항상 계획만 세우고 안하다가 논파당하면 사고가 정지해버리는 나완 다르게 말이다.

 요즈음은 사고방식이 남과 다른, 그러니까 고정관념에 “왜?”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을 바라고 있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는 없다. 옛사람들이 생각한 토끼와 거북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형과 전통을 지키려는 인간형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
정효민<장덕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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