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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기대며, 함께 나누며]‘평화란 어떤 걸까?’ 하마다 게이코 글, 그림. 박종진 옮김. 사계절
평화란 어떤 걸까?
하수정
기사 게재일 : 2020-01-06 06:05:02
▲ 책 표지.
 평화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자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평화란 어떤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정말 평화란 어떤 걸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평화란 어떤 걸까?”
 “싸우지 않는 거예요.
 “때리지 않는 거예요.”
 “편안한 거예요.”
 
 그림책에서는 평화를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유아차를 끌고 가는 엄마 머리 위로, 유아차에 타고 있는 젖먹이 아기 위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머리 위로, 공원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아이와 아빠 머리 위로, 자전거 타기 시합을 하고 있는 아이들 머리 위로, 지팡이를 짚고 손자와 길거리를 걷고 있는 할아버지 머리 위로 시뻘건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이 타고 있던 자전거가, 누군가의 목에 둘러져 있던 목도리가, 누군가의 머리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던 모자가, 누군가의 발을 보호하고 있던 신발이, 곰인형이, 지팡이가 홀로 나뒹굴지 않는 것이다. 주인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평화는 내가_네가_우리가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가는 것.
 
 “평화는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평화는 엄마랑 꼭 껴안고 있을 때 느낌이에요.”
 
 아이들이 한 마디씩 내뱉는다. 그런데 ‘전쟁이 없는 상황만이 평화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 평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정의를 가지고 살아왔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이제까지 선택한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 다시 발발할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해 더 강력한 무기를 사들이고 더 잘 훈련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하는 것이었다.
 
▲전쟁이 없는 상황만이 평화일까?

 올해 2019년에도 우리나라의 국방예산은 46조6971억 원으로 작년 대비 8.2% 증가했고, 이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2018년 세계군사비지출현황으로 볼 때 당당하게도 세계10위를 기록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문화도, 교육도, 복지도 모두 허물리고 위협받는다고 말한다. 어느 것도 장담하거나 보장할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전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말살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동의하지만,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가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늘려감으로써만 유지, 실현가능하다는 생각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전쟁이 없게 하기 위해 전쟁하는 도구와 전쟁준비를 늘린다는 것. 묘하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국방비 46조, 매년 증가. 반면 우리나라 영유아 하루 급식비는(보육료에 포함되어 있는)는 오전, 오후 간식비까지 모두 합쳐서 1745원, 11년째 동결. 기획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일자리 예산은 22조9000억 원, 문화 예산은 7조2000억 원, 환경 예산은 7조4000억 원, 안전 예산은 20조 원, 우리들이 들이마시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위한 예산도 추경을 합쳐도 3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삶과 안전에 쓰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들의 생명과 바꿀 수 있는 평화의 실체는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전쟁만 없으면 우리 사회는 과연 평화로운가?

평화는 배고프면 누구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사회는 국가안보에 위협으로 인식되는 그 모든 것을 서슴지 않고 통제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해 왔었다.

 안보제일주의는 잘 알지 못 하는 존재, 낯선 존재를 이상하고 수상한 것으로 보게 했다. 차이는 안보를 깨는 위험요소로 인식되어졌고, 모두가 ‘예스’라고 말을 할 때 ‘노’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느끼게 했고, 모두가 모르고 있는 것을 아는 것을 위험한 일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차이를 가진 것들은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이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했다. 우리의 우방이라고 느껴지는 백인을 제외한 외국인에게 보내는 시선은 차갑고 따가웠다.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이성애자들을 제외한 성소수자들은 혐오의 대상과 악적인 존재로 이야기되었다. 안보에 기여한 비장애 남성의 힘은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 되지만, 비장애 남성을 제외한 어린이, 여성, 노인, 장애남성 등은 부족한 존재로 은밀히 인식되고 여러 의미와 여러 부분에서 차별받는 것이 정당화 됐다. 차이로 차별을 정당화해 버린 것이다.
 
▲평화롭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
 
 이런 사회를 전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평화로운 사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평화롭게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림책은 평화란 배고프면 누구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에게 평화롭지 않은 상황을 말해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말한다.
 
 “전쟁하는 것은 평화롭지 않아요.”
 “때리는 것은 평화롭지 않아요.”
 “놀리는 것도 평화롭지 않아요.”
 “배고파하는 것도 평화롭지 않아요.”
 “지구가 녹는 것도 평화롭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평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라고 물어보니, 아이들은 말한다.
 
 “총을 내려놔요.”
 “군복을 벗어요.”
 “주먹을 쥐고 있는 아저씨를 저리가라고 같이 말해요.”
 “같이 밥을 나눠먹어요.”
 “밥을 먹을 수 있게 해 줘요.”
 “놀리지 않아요.”
 “차별하지 않아요.”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요.”
 “선풍기 써요.”
 “가까운 데는 걸어 다녀요.”
 
 평화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만을 정의하지 않는다. 평화는 인간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종류의 폭력이 없는 상황, 한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위협하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상황, 지구환경이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상황 등 사회제반의 문제를 포괄하는 평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평화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명문대학 입학이 행복을 보장해 줄 것처럼 학창시절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을 유보하고 저당 잡히는 것처럼, 전쟁이 없는 상태의 평화를 위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저당 잡혀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사회의 구성원의 다양성을 재단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며 혐오하는 문화와 질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낯선 존재들을 수용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선택하는 평화의 깊이와 넓이를 확대하며 차이를 건강하게 인식하고 다룰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평화란 머리 위로 시뻘건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
  
▲평화는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그림책에서는 평화는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폭력적인 상황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할 수 없다.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상황을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다고 느끼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상황을 폭력적이라고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자꾸 뒤를 돌아봐야 하는 마음,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곤두서는 몸의 신호. 골목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남성을 보는 순간 흠칫 놀라게 되는 반응. 여성의 이런 경험을 들으며, ‘왜 그것이 두려운 상황이냐’, ‘네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남자를 오히려 모두 예비성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라고 반문하고 공감하지 못 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 사람들은 그만큼 이 사회 속에서 위협을 느껴야 하는 위치, 차별을 받는 위치에 놓여서 살아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만큼의 특권을 누렸다는 말이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던지는 반문이 오히려 약자들의 입을 막는 폭력적인 상황을 재생산해 낸다. 누군가가 불편함과 위협을 느끼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의 예민함을 문제 삼는 대신 내가 몰랐던 나의 특권을 살펴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평화란 싫으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평화란 어떤 걸까?
 
 그림책은 평화는 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이며, 어떤 신을 믿더라도, 신을 믿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평화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늘에 연을 날리고, 친구들과 야구를 하고, 줄넘기를 하고, 그네를 타고, 시냇가에 발을 담그며 놀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는 것이 평화라고 말한다.

 또 평화는 생명의 존귀함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목숨은 한 사람에게 하나씩, 오직 하나뿐인 귀중한 목숨이니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것이며, 죽임을 당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평화는 모두 함께 준비하는 것,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시끄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며, 서로 도와주는 것이며, 간혹 실수했다 치더라도 같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며 수도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림으로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가는 평화는 다 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화는 그것 자체로 인권이다. 그러므로 평화를 국가가 국민의 자유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며, 평화권을 ‘국가의 권리’로 규정짓는 사고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선언한다. 평화는 내가, 네가, 우리 한 명 한 명이 가지는 권리이고, 당연히 내가, 네가,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생각이다.
하수정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꿈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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