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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한줄 시를 적어볼까,땀내와 사랑내 포그니 품긴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어대학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것은부끄러운 일이다.육첩방은 남의 나라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시대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눈물과 위안으로 잡
문학생각
문수현
2020.05.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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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白石)은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에서 수원 백씨 17대손인 아버지 백시박(白時璞)과 단양 이씨인 모친 이봉우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다. 문학활동을 하면서는 본명을 쓰지 않고 필명을 줄곧 사용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조선이 광복한 후 사실상 백석(白石)으로 정식 개명했다. 석(石)이라는 이름은 일본 시문학가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의 시작품을 매우 좋아해 그 이름의 석을 썼다는 설이 있다. 그의 아버지 백시박은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오산고보의
문학생각
문수현
2020.04.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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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평가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부터 이상 문학에 대한 감상을 이어가본다. “지금껏 내가 겨우 밝혀낸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 ‘환각의 인’이 바로 ‘근대인’이라는 사실이 그것. 숲속을 진종일 헤매어도 한 나무의 인상을 훔쳐 오지 못하는 인간, 그가 ‘근대인’이다. 무수한 총천연색의 세계를 단 한 가지 표정(도식, 선, 추상, 관념)으로 사상해버리는 것, 그것이 근대인이며 그가 사는 세계가 바로 근대인 것. 그것이 기차, 기관차, 비행기, 대포, 그리고 미사일을 만든 원리이자 원동력이라는 것. 요컨대 자연(인간, 감성, 생활세계)
문학생각
문수현
2020.03.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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烏瞰圖(오감도) 詩第一號(시제1호) 十三人(13인)의兒孩(아해)가道路(도로)로疾走(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適當(적당)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였소
문학생각
문수현
2020.02.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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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을 좋아한다는 친구가 있었다. 반갑고 놀라웠다.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누군가 한 것 자체가 반가웠고, 김유정을 진짜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평소에 있었기에 놀라웠다. 그에게 김유정의 소설 30편을 다 읽어보았느냐고 묻고 싶었다. 다 읽어봤다면 좋아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런 걸 묻는 건 실례 아닌가. ▲봄·봄/동백꽃 김유정(1908~1937)은 193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봄·봄’과 ‘동백꽃’은 학생들에게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문학생각
문수현
2020.01.0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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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감수성 고스란히 빙허 현진건은 ‘운수 좋은 날’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의 작가다. 교과서와 한국문학 선집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고, 뛰어난 소설가로 당대에도 이름이 높았다. 예를 들어, 그와 같이 1900년생인 김동인은 1929년에 ‘조선근대소설고’라는 글에서 현진건을 이렇게 평했다. “우리는 비상한 기교의 천재로 빙허를 들 수 있다. 조화의 극치, 묘사의 절미 - 과연 기교의 절정이다.” 동시대의 또 다른 중요 작가인 박종화도 “보들보들한 아름다운 글과 사람을 매(魅)케 하는 오묘한 기교는 실로 감탄하지 않을
문학생각
문수현
2019.11.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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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들에서 KAPF계열 작가 최서해와 조명희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다뤘다.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 시대 경향문학을 말할 때 빠뜨려선 안 될 작가들이 많아서다. 그래서 경향 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가, 적어도 소설가로서 일정한 수준에 이른 작가 한 사람, 이기영을 더 다룸으로써 KAPF시리즈를 마치려 한다. 민촌(民村) 이기영은 1895년에 충남 아산군 배방면 회룡리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고, 12살에 사립학교에 입학해 신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1910년 소학교를 졸업했으며 1914년부터 4년여 동안
문학생각
문수현
2019.10.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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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와 최서해 ‘김윤식 교수의 소설 특강(1~7권)’(한국문학사, 1997)은 고등학생을 위한 수능·논술 대비용 교재다. 이 시리즈의 1권은 개화기부터 1920년대까지의 작가들을 추렸는데 안국선,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현진건, 전영택, 나도향, 최서해, 조명희가 그들이다. 비평가는 자신의 견해를 반영해 이런 체제로 책을 엮었을 것이다. 특히 최서해와 조명희를 나란히 둔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지난 회에 소개한 최서해와의 연관성이다. 서해는 신경향파(또는 경향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당대의 비평가 박
문학생각
문수현
2019.09.1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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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 작가의 특별했던 삶 지난 회에 1920년대 ‘신경향파 대표작가’ 최서해에 대하여 다루긴 했으되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었다. 특히 남달랐던 그의 삶과 그것이 작품 활동에 끼친 영향에 대하여 말하지 못한 것 같아, 그 부분을 보충하면서 다시 한 번 최서해에 대하여 말하기로 한다. 최서해(본명은 최학송)는 1901년 함경북도 성진군 임명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소학교를 중퇴한 후 18세 되던 해, 고향을 떠나 간도로 들어간 서해는 목도꾼, 벌목꾼, 물장수, 두부장수, 머슴살이 등등으로 전전했으며 굶주림과 병으로 구차한
문학생각
문수현
2019.08.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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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와 서해 이전 지난 5월부터 격주 간격으로 ‘문학생각’이라는 연재를 하고 있다. 독자들이 110년 역사를 가진 우리 근대문학에 좀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최서해는 이전까지의 작가와 다르기에 ‘최서해 이전’의 작가들을 간단히 요약해본다. 맨 첫 회에는 횡보 염상섭을 말했다. 그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작가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맨 앞에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횡보의 문학적 성과에 비추어볼 때, 그를 본격적으로 다룬 평전을 구하기 어렵거나 변변치 않고 무엇보다 작품전집이
문학생각
문수현
2019.07.1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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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1902-1926)은 서울 청파동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경손이고 필명은 빈이다. 경성의전을 중퇴하고, 19세에 ‘환희’를 동아일보에 연재해 ‘천재 작가’라는 이름을 냈다. 도향은 25세를 일기로 요절했기에 당시 문단의 애도가 집중되기도 했다. 22세 때인 1923년에 ‘백조’ 동인으로 참가했고 감상적 낭만주의 계열의 작품을 발표했다. ‘백조’가 폐간된 뒤로는 사실주의적 작품을 여러 편 썼다. 대표작으로는 ‘물레방아’ ‘뽕’ ‘벙어리삼룡이’가 꼽힌다. ▲도향의 대표작은 무엇? 나도향이 작품 활동을 한 기간은
문학생각
문수현
2019.07.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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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때다. 나는 학생답게 책가방에 두툼한 영어사전을 꼭 챙겨가지고 다녔는데, 국어사전도 물론 빠트리지 않았다. 더불어 문학 소년답게 한동안 김소월 시집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꺼내보기도 했다. 그런 데는 사실 ‘겉멋’ 이상의 까닭이 있었다. 당시 시작(詩作)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시 수업의 출발점을 소월 시 읽기에 두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한국 근대시가 본격적으로는 1920년대 소월·만해·육사·상화의 시로부터 시작되고 대표되기 때문이었다. 그때 보던 소월 시집은 ‘지식산업사’에서 나왔고 표지가
문학생각
문수현
2019.06.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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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남도 평양 태생이며 호는 금동(琴童) 또는 시어딤인 김동인(1900~1951). 우리에게 친근한 작품으로 ‘약한 자의 슬픔’ ‘배따라기’ ‘감자’ ‘광염소나타’ ‘발가락이 닮았다’ ‘붉은 산’ ‘광화사’ 등이 있다. 그를 안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다. 자랑거린 아니지만 그때 나는 거짐 ‘수포자’(나중 생긴 말이다)였고, 공것으로 주어진 수학시간은 소중한 상상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채워준 것이 바로 문학이었고 특히 소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간 경험을 한 이가 나 하나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얼마 전 이런 추억
문학생각
문수현
2019.06.0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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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는 한국근대문학사 첫 장에 놓이는 작가다. 한국근대소설의 시발점으로 그의 대표작 ‘무정’을 꼽기에 그렇다. 춘원은 작가로서 일찍부터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무정’이 1917년 1월 ‘매일신보’에 연재될 것이 예고됐을 때는 이미 육당 최남선의 ‘소년’ ‘청춘’ 등에 소설을 썼고 논객으로도 명성이 높은 때여서 독자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실제로 ‘무정’은 압도적 성공을 거둔다. 그런 한편 이광수라는 이름은 친일논객·친일문학가의 대명사처럼 돼 있다. 1930년대 후반 이후 그의 친일 활동은 일관되었고 해방 직후에는 친일파·민족
문학생각
문수현
2019.05.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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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예술은 세계에 관해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고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훌륭한 문학작품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보물이라 해도 좋다. 그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으로 나를 깨운 한국현대작가들이 있다. 그들과 만난 나만의 경로와 감상을 적어본다. 나는 문학도였지만 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거나 더욱이 연구한 적은 없다. 그래도 좋은 작가, 좋은 작품을 골라 읽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그 노력의 성과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독자들이 한국현대문학에 접근하는 작은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 본보는 ‘문학생각’을 연재(격주)한다
문학생각
문수현
2019.05.08 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