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인들은 사냥나갈 때 전략을 세워 망이나 긁개를 이용했죠. 그 당시부터 공동체 생활의 기본인 사회구조가 갖춰져 있었던 거죠.”
지난 17일 국립광주박물관 2층 전시실에 마련된 구석기 시대 유물코너에서 강의가 한창이다. 관람객들은 학예연구사의 설명에 수업을 듣는 것마냥 다들 진지하다.
국사 교과서 자료사진으로 익숙한 주먹도끼 몸돌 찍개 긁개 모루돌 찌르개…. 설명을 듣는 동안 전시관에 진열된 `돌’은 책을 뛰쳐나와 생생한 역사가 된다. 관람객 중 한 명이 유심히 돌을 보다 “금새 닳아질 것 같은데 어떻게 사용했죠?”라 고 물어본다. “흑요석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강도가 세다”는 게 답.

토요일마다 학예사 안내로 관람
전시실 유물 관람후 1층 상영실에서 구석기인 관련 비디오 관람과 흑요석 체험이 이어졌다.
“엄마 이 돌은 뭐야?” “옛날 사람들이 이 돌을 가지고 칼이나 무기로 사용했대. 유리창 너머로 볼 때는 물러보이던데 날카롭네.”
아이는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는 표정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국립광주박물관은 활기가 넘친다. 2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될 <갤러리 토크>때문. 전국 박물관중 처음 시도된 프로그램이다. <갤러리 토크>는 매주 각각 다른 주제로 박물관장을 비롯 12명의 학예연구사들이 관람객을 만난다.
“이전에도 도슨트제도(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안내인)가 있었지만 관람객들의 이용도가 낮은 편이었다. 박물관에 와서 좀더 깊이있는 해설을 듣지 못하고 단순히 `관람’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쉬워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이종철 학예연구사는 말한다. 또 “`닫혀있는’ 공간이 아닌, 시민들에게 `열린’ 박물관이 되고자 하는 노력중의 하나”라고 덧붙인다.

11월까지 매주 다양한 주제로 진행
2개월이 지난 <갤러리 토크>는 이미 `고정팬’을 확보한 상태다. 김순자(62·화정동)씨는 “박물관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이런 강의를 들을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주마다 주제가 다르고 설명하는 분들도 달라서 더욱 풍부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와 같이 온 이혜옥(35·풍암동)씨는 “박물관하면 왠지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진다. 갤러리 토크는 그런 편견을 깨뜨린다. 400원으로 알찬 강의를 들으니 정말 오지다”며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지지 마시오’`정숙’ 등 관람시 행동 제약이 많았던 박물관. 엄숙함을 떨치고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박물관이 되기 위해 `갤러리 토크’말고도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화순고인돌축제기간(22∼25일)에는 춘양면 대신리 마을입구에서 버스를 이용, `찾아가는 박물관’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24일 `갤러리 토크’에서는 최상종 학예연구사가 `고대인의 장신구’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우리 유물에 관해 깊이있게 알고 싶은 이들이나 `알찬’나들이를 계획하는 가족들이 가면 좋을 듯. 문의 570-7000
정현주 기자 ibox@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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